(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샌디에이고 불펜투수 고우석(26)이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고우석은 11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미국 애리조나주 탬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원정 시범경기에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에 등판했다.
샌디에이고가 4점이나 앞선 편안한 상황이었지만 고우석은 제구력 난조와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웃카운트는 단 1개 밖에 잡지 못했다. 미국진출 후 최악의 투구였다.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KBO) LG에서 뛰었던 고우석은 올 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스프링캠프 세 번의 등판에서 총 3이닝을 던져 1실점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에인절스를 상대로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3.00이었던 평균자책점은 단숨에 16.20으로 치솟았다. 이닝당 평균주자허용율을 나타내는 WHIP 지표도 이날 경기 전까지 1이었지만 3으로 높아졌다. 단 한 경기였지만 모든 지표가 나빠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고우석에 호의적이던 샌디에이고 현지 팬들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통해 악플을 쏟아내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고우석의 이름 영문표기인 Woo Suk을 거론하며 “그는 이름에 이미 ‘구리다(Suck)’는 뜻이 있다”며 비아냥거렸다.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막말을 쏟아낸 팬도 있었으며, 고우석과 계약한 A. 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의 안목을 평가절하하는 댓글도 있었다. 개중에는 육두문자를 섞어 한국으로 꺼지라고 하는 악플도 보였다.
소수이긴 하지만 ‘운이 나빴을 뿐’이라며 고우석을 두둔하는 글도 보였다.
마이크 쉴트(56) 샌디에이고 감독은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어제 고우석이 던진 몇 개의 공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렸고, 이를 상대팀 타자들이 좋은 타격으로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샌디에이고가 이날 발표한 게임노트 자료에 보면 고우석은 한국시간으로 13일 열리는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는 14일 오클랜드를 상대로 홈에서 열리는 시범경기를 끝으로 스프링캠프를 종료하고,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고우석이 김하성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13일 등판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행 비행기 대신 계속 애리조나에 남아 시즌을 준비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우석과 마무리 경쟁을 펼치다 잠시 허리부상으로 이탈했던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29)도 14일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마쓰이가 부상을 털어내고 마운드 위에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우석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리즈’ 동행여부는 물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살아남기 위해서 고우석의 호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샌디에이고 고우석, 마쓰이 유키©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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