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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은 어쩌다 ‘나라 망신’ 소리까지 듣게 됐나

미디어오늘 조회수  

“고거전 재방 보실 분들은 1~16화 / 29~32화만 보시면 됩니다.”
“와 오늘도 박진을 안죽이는구나…”
“고려스킵전쟁”
“엑스트라가 고작 수십명인게 말이되나. 제작비 어따 팔아먹었냐? 넷플릭스에 뿌려서 전세계가 보게하겠다고? 나라망신이다.”

KBS의 야심작 ‘고려거란전쟁’은 극 중반부를 기준으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부활한 정통사극’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넷플릭스를 통해 외국에 방영되면 망신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아졌다.

▲ KBS '고려거란전쟁' 포스터
▲ KBS ‘고려거란전쟁’ 포스터

현종 원정왕후 박진… 억지 갈등 만들기

고려거란전쟁의 중반부 이후 거란의 2차 침공과 3촤 침공 사이 공백을 다루는 시점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거란의 빈 자리에 대신 채울 ‘악역’을 무리하게 만들어낸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거란전쟁’이 아니라 ‘고려박진전쟁’이 아닌가 할 정도로 허구 인물 박진을 흑막으로 부각하면서 ‘정통사극’을 표방한 드라마가 맞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박진은 개인적 복수를 위해 다른 호족들을 규합해 조정에 맞서려는 시도를 하고, 실패로 돌아가자 무신들에게 접근해 난을 선동한다. 원경왕후를 접촉해 그의 질투심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데다 박진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무리하게 배후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극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이 드라마는 김훈과 최질이 일으킨 난을 예상보다 긴 분량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난을 일으킨 무신들은 박진의 선동에 쉽게 이용 당해 개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 '고려거란전쟁' 극 중 흑막으로 등장하는 박진.
▲ ‘고려거란전쟁’ 극 중 흑막으로 등장하는 박진.

박진이 부각되기 이전에는 현종 캐릭터에 무리수를 뒀다. 성질부터 내고 보는 현종은 ‘금쪽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종을 지방제도 개혁을 위해 기득권 호족과 전면적 갈등을 불사하는 모습으로 그려냈지만 실제 역사에선 이미 지방제도가 상당 부분 정비돼 있었다. 현종과 강감찬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부각하는 과정에서 현종이 말을 타다 낙상을 당하는 장면은 ‘황당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정왕후가 원성왕후를 질투해 음모를 꾸민다는 기록이 없음에도 이를 부각한 점 역시 상투적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이어지는 18~22화 방영 때 시청자 불만이 극에 달해 작가 교체 시청자 청원을 올리고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 트럭 시위에는 “이게 대하사극이냐” “함량미달 각본이 망친 대하사극 논점은 원작이 아닌 역사왜곡이다” 등 문구가 떴다. 한 시청자는 청원글을 통해  “명작 내지 수작이던 드라마가 17화 이후부터는 졸작이 되어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아닌 고려궐안전쟁이라고 조롱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립하는 현종과 강감찬. '고려거란전쟁' 캡처
▲ 대립하는 현종과 강감찬. ‘고려거란전쟁’ 캡처

중요한 점은 이 갈등 요소들이 ‘고려거란전쟁’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공간에 드러난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지방제도 정비’와 ‘최질의 난’ ‘원정왕후의 질투’ 분량이 생각보다 길다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궁중 암투 비중을 키우기에는 기록이 미미하다 보니 창작으로 채워 역사왜곡 논란으로 이어졌다. 창작된 내용마저 고품질 정치사극과는 거리가 먼 상투적인 내용이다 보니 혹평이 커졌다. 

들쭉날쭉 스케일과 늘어지는 전개

KBS ‘고려거란전쟁’의 스케일도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스케일이 작다기 보다는 들쭉날쭉에 가깝다. 드라마 첫 시작이자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귀주대첩은 충분한 분량을 할애했고 CG 작업에도 정성을 들여 영화를 방불케 한다. 흥화진 전투 첫 투석전 장면도 호평을 받았다. 양규 장군의 마지막 전투는 스케일은 작았으나 갑옷이 깨지는 모습 등 섬세한 연출이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 외에는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극 초반 고려군이 벌판에서 거란군에 무너지는 삼수채전투는 잠깐 보여주다가 강조가 갑자기 잡혀 막을 내렸다. 양규 장군이 수천의 군사를 이끌고 3만 명의 포로를 구출하는 장면에선 수십명만 화면에 잡혀 ‘고려산악회’라는 조롱을 받았다. 

거란의 2차 침공과 3차 침공 사이에 벌어진 많은 전투들은 내레이션으로 넘어가거나 “적을 무찔렀다”는 식의 대사 처리로 넘어갔다. 마지막 3차 침공 역시 귀주대첩을 다룬 31화 이전에는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 거의 없었다. 중갑기병이 거란군을 섬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중갑기병이 거란군을 섬멸하고 있습니다”라는 대사만 남았다. 

▲ 고려거란전쟁 스틸컷. 사진=KBS 제공
▲ 고려거란전쟁 스틸컷. 사진=KBS 제공

32부작 중 예상보다 전투 비중이 줄어든 만큼 궁중 암투 분량이 컸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흥미를 갖기 어려운 궁중암투가 이어지는 동안 거란이 다시 침공하는 상황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31화부터 시작된 귀주대첩은 1화에서 보여주었던 예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다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31화 하이라이트 영상 댓글에는 “31화 끝판부는 영화퀄리티 뺨쳤음” “퀄리티가 확 바뀌어버렸네요. 재밌었어요” 등 댓글이 1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럼에도 보였던 진전, 그리고 의미

그럼에도 ‘고려거란전쟁’이 보인 진전은 있다. 특히 고증 측면에선 과거 사극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은 거란 복식을 재현하기 위해 몽골 현지에서 갑옷을 주문 제작했고, 고리에 손가락을 끼는 국궁씩 활쏘기를 제대로 구현했다. 단순히 난장을 펼치는 전투가 아닌 검차와 기병 등을 활용해 기록을 바탕으로 전투를 실감나게 구현했다.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지만 선악 구도를 벗어난 적의 묘사도 호평을 받았다. 거란의 야율융서와 소배압 등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이긴 했지만 적을 포악하고 야만스럽게만 그리는 과거 단편적인 모습에선 탈피했다. 특히 소배압의 군사 지휘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이 부각되면서 마지막 귀주대첩의 대립구도가 더욱 빛을 발하게 했다. 거란이 한족의 복식 등 문화를 받아들인 점도 고증했다.

▲ 양규 장군. KBS '고려거란전쟁' 갈무리.
▲ 양규 장군. KBS ‘고려거란전쟁’ 갈무리.

사극은 역사를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데 ‘고려거란전쟁’은 숨은 명장 양규 장군을 대중에 알렸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양규 장군은 거란의 2차 침공 당시 최전방인 흥화진을 지키고, 곽주성을 탈환해 적의 후방을 교란하고, 인질 3만 명을 구출하는 등 공을 세웠다. 

양규 장군은 드라마에서처럼 끝까지 적과 싸우다 전장에서 죽는다. 임용한 역사학자는 저서 <전쟁과 역사>에서 “장수가 달아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달아날 수 있다”며 “대신 적의 전사자보다 아군의 전사자가 월등히 많아지고 덧없는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양규와 김숙흥의 부대원들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구출한 포로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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