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 홀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출산 직원 자녀에 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는 모습./사진=주현태 기자
‘태어나줘서 고맙다’…1억 받은 부영그룹 신생아, 세금 ‘0원’ 되려면 어떻게?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정부가 출산한 지 2년 이내인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관련해 장려금 액수와 무관하게 근로소득세를 전부 비과세하기로 결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기업들의 출산지원금 지급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파격적 세제 지원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한 출산지원금은 원칙적으로 근로소득으로 인정하지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출산장려금 지원 혜택이 근로자들에게 온전히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이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국회로 넘겨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담긴 ‘근로자 또는 그 배우자의 출산이나 6살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사용자로부터 받는 급여로서 월 20만원 이내의 금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본다는 조항이 개정 대상이다. 기재부는 양육지원금(보육과 관련해 받는 급여)에 대해서는 현행 월 20만원 비과세를 유지하고, 출산장려금에 대해서만 전액 비과세로 바꿀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출산 이후 2년 내 직장으로부터 지급받는 출산지원금(최대 2회)은 소득세를 물지 않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세제 혜택을 악용하지 않도록, 근로자 자녀에게 주는 경우나 기업 오너가 특수관계인에게 지원금을 주는 경우엔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출생아 1명당 1억원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부영그룹 행보에 맞춘 세제 지원으로 보조를 맞춘 결과라고 평가된다. 앞서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의 자녀’에게 1명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부영그룹은 직원들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낮추려고 출산장려금을 직원이 아닌 직원의 자녀에게 ‘증여’ 형태로 지급한 바 있다.
직원들의 기본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1억원이 추가되면서 근로소득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같은 경우 최대 38% 세율이 적용됨으로써 40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했다. 이에 부영은 직원 자녀에게 증여하는 형식을 취해 10%의 낮은 증여세율을 적용받으려고 했다.
부영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기업이 지원한 출산장려금을 전액 비과세로 결정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소급 적용한 것에도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장래에 밝은 서광이 비쳤다. 대통령부터 국민의 한사람에 이르기까지 출산 장려에 적극 동참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자”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2년 이내 출산한 직원에 지급한 지원금엔 전액 비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부영그룹 입장에서는 직원 자녀에 대한 증여 형태의 지급을 취소하고 직원에게 직접 1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에 기재부는 부영그룹 쪽과 증여 형태로 지급된 1억원에 대해 근로소득 형식을 취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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