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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뒤 값을 치르지 않고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 사건에 외국인까지 등장하는 등 매년 무전취식 범죄가 10만여 건에 이르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남성 A씨(43)는 지난 1일과 2일 용산구 한 식당에서 2차례에 걸쳐 9만6000원 상당의 술과 음식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난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A씨는 무전취식 이외에도 술에 취해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등 지난 2주 동안 18건의 112 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이 상습적이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외국인 먹튀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앞서 부산의 한 식당에서는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6만원어치 음식을 먹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가게 주인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들이 아주 당당히 이쑤시개를 집어 들고 나갔다. 폐쇄회로(CC)TV 영상 속 행동을 보니 아주 자연스러운 게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것 같다”며 “이제는 외국인마저 먹튀라니, 속상해서 잠도 못 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먹튀에는 국적이 없었다. 인천 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B씨는 지난 4일 밤 고기와 술을 잔뜩 먹고 계산하지 않은 채 떠난 남성 무리를 찾는 답답한 마음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했다. 성인 남성 7명은 이날 오후 6시 25분께 인천 서구 한 고깃집으로 들어와 무한리필 고기 7인분과 계란찜을 먹고 후식으로 물냉면 5인분을 시켰다. 이들은 1시간 30분가량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7병과 맥주 3병도 주문해 술을 마셨다. 이들은 내야할 음식값 총 22만1300원을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B씨는 “5년 동안 장사하면서 먹튀만 벌써 세 번째”라며 “경찰이 벅튀범들을 제발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해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수사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겼다.
이 같은 먹튀 사건은 국내에서 해마다 10만건 가까이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무전취식·승차 신고 건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무전취식·승차 신고는 9만4752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펜데믹 시절이던 2021년(6만5217건)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해마다 10만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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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취식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진다. 다만 고의성이 인정되거나 상습적일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의 경우 10건 중 7건 정도는 술에 취해 일행이 서로 계산한 것으로 착각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부 돈이 없는 손님이 음식을 주문해 먹고 도망가는 등 고의성이 인정될 때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먹튀 예방 차원에서 테이블 위에 태블릿을 설치해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만능 해결책’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손님의 무전취식으로 음식값을 받지 못한 경험이 두 번 있었다”며 “그 이후로 점심 장사 때는 꼭 선결제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권씨는 “저녁에 오는 손님들은 다수가 술을 마시기 때문에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선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손님이 술을 추가할 때마다 카드를 꺼내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나이가 있는 어르신 손님은 테이블의 셀프 결제기 사용이 익숙지 않기 때문에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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