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실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 893명 중 49%가 ‘충전 인프라 부족’을 전기차 구매 시 가장 우려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전기차 보급률은 나날이 늘고 있지만, 차주들이 체감하는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해 보인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
(출처: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 헤리트)
통계를 보면, 충전기 설치 수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정보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충전기 수량은 총 25만 2,446기라고 한다. 이 중 완속 충전기는 약 88%, 급속 충전기는 약 12%를 차지한다.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 조사 기준 45만 대를 넘어섰다. 단순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3대를 감당하는 셈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 보급이 가장 많이 이뤄진 유럽은 평균 13대, 중국은 8대, OECD 전체 평균은 9.5대에 이른다.
숫자 늘리기만 급급했던 충전 인프라 구축
(출처: 현대차그룹)
그럼에도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나 전기차 차주들은 정부의 초기 인프라 구축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국내 주거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2.4%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거주 비율까지 합하면 약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전기차 차주 역시 대부분 공동주택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엘리베이터TV 운영사 포커스미디어 조사 결과,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설치율은 64%에 불과하다. 아파트 10곳 중 4곳은 충전기가 아예 없다는 뜻이다. 충전기가 있더라도 수량이 넉넉지 않아 주민 간 눈치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이를 고려해 공동주택 위주로 충전기 보급을 늘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현대차그룹)
설치된 충전기를 전부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리 부족으로 방치돼 있거나 고장난 충전소가 곳곳에 있다.
충전기가 방치된 이유는 정부가 보조금을 소비자가 아닌 충전사업자에게 지불해 실제 사용자환경과 관계없이 충전기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충전사업자는 소비자 접근성과 상관없이 설치 물량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관리가 소홀한 편이다.
지역별로 급속 충전기 설치 비율도 다르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중 약 12%는 급속 충전기다. 그런데 급속 충전기 1대당 감당하는 전기차 대수는 지역별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7월 산업통상부 정보에 따르면, 인천은 급속 충전기 1대로 31.7대가 나누어 쓰는 반면 강원도는 10.2대가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인프라 개선될까?
(출처: 테슬라)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은 공공장소에는 급속 충전기, 아파트나 쇼핑몰, 사무실은 완속 충전기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연기관차는 운전하다가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잠깐 들르면 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이런 방식이 맞지 않다. 충전을 하기 위해 충전소에 들르기 보다는 주차한 김에 충전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 집에서 잠 자는 동안, 사무실에서 업무 보는 동안,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동안 충전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것.
지난해 5월 쏘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가용 소유자 10명 중 9명은 하루 2시간 미만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22시간 동안은 세워 놓는다는 뜻이다. 즉, 세워 놓는 동안 충전을 할 수 있다면, 충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급속 충전기는 ‘친환경차 보급 촉진 법률 개정안’에 따라 최대 1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1시간이 지나면 차를 옮겨야 한다.
충전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 인력 배분은 필수다. 제각각인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을 하나로 모아 충전소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현재는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에서 충전소 유지⋅보수로 불편을 겪은 경우 충전기 QR 코드를 스캔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충전소 51만 7,000기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신축 아파트 주차 면적의 5%, 구축 아파트 주차 면적의 2%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관련 규제도 마련해 놓았다. 사무실이나 호텔 같은 공공시설 역시 주차 시설이 50면 이상 넘어갈 경우, 아파트와 동일한 면적을 전기차 충전소로 만들어야 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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