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vnir Telecom)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 용량이 아쉬울 때가 많다. 오랜 시간 외출해야 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휴대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특히 외부에서 게임처럼 배터리 소모가 많은 작업을 자주 한다면, 충전 수단은 거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배터리 용량 걱정 없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는 걸까.
대용량 배터리 탑재, 에너자이저폰 등장
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프랑스 이동통신사 아브니르 텔레콤(Avnir Telecom)이 MWC에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러기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제품명은 ‘하드 케이스 P28K(Hard Case P28K)’로, 에너자이저 브랜드로 출시된다. 아브니르 텔레콤이 건전지 업체 에너자이저 브랜드명을 라이선스했다는 설명이다.
(출처: AndroidPolice)
하드 케이스 P28K의 가장 큰 특징은 대용량 배터리다. 용량이 2만8000mAh에 달한다. 여타 스마트폰보다 5~6배 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갤럭시 S24 울트라 배터리 용량은 5000mAh다. 애플 아이폰 15 프로 맥스 용량은 4422mAh다. 폴더블폰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갤럭시 Z 플립 5 배터리 용량은 3700mAh에 불과하다.
태블릿과 비교해도 하드 케이스 P28K의 배터리 용량이 두 배 가량 크다. 삼성전자 갤럭시 S9 울트라는 1만1200mAh, 애플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1만566mAh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드 케이스 P28K는 대용량 배터리 덕분에 오랜 시간 사용 가능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전원만 켜놓았을 때(대기 시간)이 2552시간에 달한다. 약 94일, 3달 동안 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속 통화 시간은 122시간(약 5일)에 달한다. 단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이처럼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하드 케이스 P28K는 일상에서 일주일 정도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출처: AndroidPolice)
용량은 크지만 충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하드 케이스 P28K는 33W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데, 이를 활용하며 1시간 30분만에 배터리를 모두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무게와 두께를 희생한 대용량 배터리
하드 케이스 P28K는 큰 배터리를 얻은 대가로 무게와 두께를 잃었다. 제품 두께가 27.8mm, 거의 3cm에 달한다. 이는 갤럭시 S, 아이폰 등 일반 스마트폰의 3배 이상이다. 실제 제품 이미지를 보면, 스마트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한때 많이 사용되던 PMP와 더 닮았다. 외신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는 제품 실물을 보고 ‘벽돌 같다’고 표현했다.
무게도 상당하다. 하드 케이스 P28K의 무게는 570g이다. 보통 플래그십 스마트폰 무게가 220~230g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무거운 것이다. 이 정도 무게는 태블릿과 비교하는 게 맞다. 태블릿은 가벼운 제품이 400g 내외다. 아이패드 기본형,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모델이 450g 내외다. 이보다 무거운 제품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약 720g) 정도다.
(출처: The Verge)
사양은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
하드 케이스 P28K는 사양이 뛰어난 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두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미디어텍에서 만든 헬리오 G99(MT6789)를 사용한다. 헬리오 G99는 지난 2022년 발표된 칩으로, 퀄컴 스냅드래곤 765G 정도 성능을 보여준다. 딱 보급형 칩인 셈이다. 램(RAM)용량은 8GB, 저장 용량은 256GB다. 디스플레이는 LCD며 FHD 해상도를 지원한다.
대신 P28K는 러기드폰이기에 방수·방진 능력이 뛰어나다. IP 69 등급을 지원한다. 보통 러기드 스마트폰은 미 육군 기준, 이른바 밀스펙을 충족한 제품이 많다. 아쉽지만 하드 케이스 P28K가 밀스펙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별도 설명이 없었다.
에너자이저폰, 출시는 올해 10월
(출처: Avnir Telecom)
아브니르 텔레콤은 오는 10월 하드 케이스 P28K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출고가는 27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만원 정도다.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라는데, 국내 출시 여부는 알 수 없다.
사실 아브니르 텔레콤이 대용량 에너자이저 스마트폰을 계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회사는 1만8000mAh 에너자이저폰을 공개한 바 있지만 정식 출시에 실패했다. 2만8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새로운 에너자이저폰은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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