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USD(UST)·루나(LUNA)’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된다.
유럽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21일(현지 시각)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을 내렸다고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가 같은 날 보도했다.
한국이 낸 범죄인 인도 협약은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현지 법원은 “권 씨는 금융 운영 분야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며 “권 씨는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씨의 송환 결정이 내려진 건 그가 도피를 시작한 지 22개월 만이다. 2022년 4월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떠나 거처를 옮겨가며 도피에 들어간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을 가지고 두바이로 향하는 전용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권 씨의 송환을 각각 요청했으나, 몬테네그로 법원은 1년 가까이 결정을 미뤘다.
지난 8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할 것을 명령했다. 보편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을 결정하지만, 권 씨가 범죄인 인도에 관한 약식 절차에 동의하면서 법원에 결정을 맡긴 것이다.
현지에서 권 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권 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된다는 주장을 펴왔으나, 미국 법원은 아예 권 씨 재판일을 정해두고 송환을 기다려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가상화폐 사기로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 달러(한화 약 54조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권 씨와 그의 회사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미국 검찰은 권 씨를 사기, 증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길 거로 예상된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권 씨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한 근거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경우 권 씨는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 정도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로 형을 매겨 합산(병과주의)하는 식으로,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은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시가 총액 기준 세계 10위 안팎에 오르면서 ‘한국산 코인’ 테라·루나의 아버지로 불린 권 씨는 2022년 5월 폭락 사태가 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라폼랩스의 코인이 연쇄 급락하다 아예 증발해 버리자, 투자자들은 권 씨의 사기극에 당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파산 전 권 씨가 루나와 테라로 수천억 원을 현금화해 빼돌렸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가 50조 원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루나코인의 경우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돼 있지 않고 BTC마켓에만 상장돼 있었던 탓에 국내 피해자보다 해외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의 측근이자, 그와 함께 도피했다가 붙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국내로 송환돼 구속기소가 된 상태다. 한 씨는 테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루나 코인을 판매·거래해 최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부당이익을 챙기고, 전 세계 투자자를 속인 혐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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