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총선을 약 두달 앞두고 선거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는데요. 이런 시기면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한 뉴스들이 언론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상식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한 상황들이지만 때로는 다소 의외인법 위반 사안도 등장합니다.
◇”기호 △번,
광주 한 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인 A씨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2개월 앞둔 지난 2022년 1월, 교회 내에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줘선 안 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합니다. A목사는 신도들에게 B후보가 당선되면 모두 감옥에 가고 죽을 것이라며 B후보의 말을 절대 믿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요.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이 인정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개척교회 담임목사인 C씨는 지난 2020년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설교 중 교인에게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C목사는 기독교도인 D후보가 이끄는 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발언하는데요. C목사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이 인정됐고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습니다.
이후 A목사 등은 교회 안에서 목사가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데요.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A목사 등이 위헌을 주장한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인데요. 공직선거법 제85조는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와 함께 교직원, 종교인 등의 선거운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직원, 종교인 등이 직무상의 지위나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당초 A목사 등은 공직선거법 교육·종교·직업 등의 기관·단체 등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합니다. 이에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죠.
이번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목회자가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들에게서 특정 후보·정당의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는 행위가 정치적 의사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이)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크다”고 적시했습니다.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는데요.
아울러 교회 내에서의 선거운동 금지가 종교활동과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A목사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타당하지 않은 우려”라고 일축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①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②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공무원이 그 소속직원이나 제53조제1항제4호부터 제6호까지에 규정된 기관 등의 임직원 또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른 취업심사대상기관의 임ㆍ직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으로 본다.
③누구든지 교육적ㆍ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ㆍ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④누구든지 교육적인 특수관계에 있는 선거권이 없는 자에 대하여 교육상의 행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학교 운동장 선거운동은 가능…교실은?
공직선거법 제85조에 따라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교사가 학교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입니다. 그렇다면 공직 후보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후보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항상 법 위반인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법 위반 여부가 달라지는데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 가능 연령은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생도 투표가 가능해진 건데요. 이 때문에 지난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독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이 해당 지역구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일이 잦았는데요. 생애 첫 공직선거를 하는 고3 학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죠.
이에 후보자들의 교내 선거운동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었는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에 나선 후보자의 교내 선거운동은 가능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봤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06조는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을 금하고 있습니다. 대신 도로, 시장, 점포나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선거운동은 가능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교내 선거운동을 살펴보면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는 학교 운동장에서의 선거운동은 가능합니다. 반면 교직원과 학생 등만이 출입할 수 있는 교실을 직접 찾아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실을 방문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이 금하는 호별 방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이와 관련, 지난 총선 당시 학교 운동장에서 후보자의 명함을 배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학교 운동장에서의 선거운동은 학교 측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학교 측이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이유로 공직선거 후보자의 교내 출입을 거부했다면 운동장이라도 선거운동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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