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전 완패 후 선수단이 돌아온 지 일주일 동안 침묵하던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가 선수단 불화설에는 빠르게 대응하면서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의 시선을 피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영국 매체 더선은 14일(한국시간) “한국 축구대표팀이 요르단전을 하루 앞두고 식사 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몸싸움이 발생한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KFA)는 대표팀 내 불화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정했다. 대회를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한 뒤 일주일 동안 임원진 회의를 제외하고 침묵하던 협회가 선수단 불화 소식에는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이에 일본 매체 히가시스포는 “두 명의 신구 에이스(손흥민, 이강인)가 대립하는 전대미문의 내분이 발생했다. 큰 소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이 내분을 누설한 사람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선의 보도와 국내 언론의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아시안컵 대회 기간 선수단 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어느새 비난의 화살은 이강인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선수단 분열은 단순히 선수들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대회 기간 선수단 갈등을 인지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태 직후 빠르게 수습해야 할 클린스만 감독과 협회이 수수방관해 요르단전 졸전에 이은 완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팀이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20세 이하 대표팀 4강 진출 이후 귀국 당시 협회는 공항 입국장에서 행사 수준의 기자회견장을 차렸다. 이 자리에 정몽규 회장은 사진 촬영 때 한 가운데에 서거나 선수단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이크까지 잡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하는 자리에 정몽규 회장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어 정 회장은 13일 진행된 협회 임원진 회의에도 불참했고, 15일 예정된 전력강회위원회 참석 여부도 미지수다.
13일 임원진 회의에 정 회장이 빠진 가운데 협회 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이 내용을 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회의 도중 한 임원은 “외국인 감독은 선임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국내파 감독과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분명 현재 사태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논점을 흐리는 발언이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직전에도 대표팀을 이끈 사령탑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이었다.
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이번에도 회의 결과를 세세히 전달하고 클린스만 감독 거취를 비롯한 대표팀 운영에 대한 확실한 운영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역대급’ 선수진을 갖추고도 ‘역대급’ 한국축구 암흑기를 맞이하는 위기에 처해 손을 쓸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사진=연합뉴스,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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