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이솔 기자) ‘슈팅영개’ 라는 별명을 가졌던, 역대 최악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외국인 감독으로 꼽혔던 슈틸리케의 아성을 클린스만이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마무리된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압박’ 속에 미국으로 도주하듯 떠났다. 요르단이라는 상대적 약팀에게 패배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번뜩이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점. 그리고 경기력과 승패에는 상관 없이 무표정도 아닌 ‘웃는 얼굴’로 대중들 앞에 나선 관계로 그는 전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상황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지도했으나 격렬한 대중의 비난 속에 경질당한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파울루 벤투’와 비교되며 역대 최악의 외국인 감독이라는 평을 받아야만 했다.
– 슈틸리케의 업적
시작은 화려했다. 슈틸리케는 묀헨글라트바흐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에서 ‘레전드’로 추앙받고 있는, 선수로써 레전드를 경험했던 인물이다. 대표팀에서도 프란츠 베켄바워의 후임으로 활약, 유로 1980을 들어올리며 메이저급 대회를 다수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다.
리그 우승만 3회(독일 3/스페인 3), 유로 1980 우승, UEFA컵 우승(묀헨글라트바흐-레알 마드리드)를 우승하며 ‘레전드’급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으로써는 이야기가 다르다.
감독으로 얻은 트로피는 0개. ‘슈팅영개’에 이어 또 하나의 ‘0개’다. 리그, 혹은 컵 대회 우승컵 하나조차 들어올리지 못했다.
스위스 2부리그에 속했던 FC 시옹에서도 그는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임당했다. FC시옹은 그가 떠난 이후 스위스 컵을 들어올리며 또 하나의 트로피를 전시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태용이 전술 코치로 활약하던 감독 초기에는 2015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에 준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이 떠난 이후 상황은 변했다. 약체 팀들을 잘 잡아내기는 했으나, 스페인에게 1-6 대패,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에선 경기에서는 ‘유효슈팅 0개’라는 처참한 경기내용으로 0-1 패배했다. 슈틸리케의 대표적인 별명은 ‘슈팅영개’는 이날 탄생했다.
특히 한 수 아래라고 여겨졌던 중국에게 0-1로, 카타르에게 2-3으로 패배하며 끝내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최종성적은 26승 5무 7패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는 했으나,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의 경기에서는 단 1승(vs캐나다)을 거둔 점, 그리고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중요한 때 ‘한 번’을 승리하지 못한 관계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 클린스만의 업적
‘미운 정’이 있어야 붙여주는 별명조차 붙지 않을 정도로 클린스만은 질타를 받고 있다.
선수로써는 독일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어쩌면 ‘최정상 스트라이커’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클린스만은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 없이 가는 팀마다 매년 10골 이상을 득점하는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였다.
소속팀이 강하던 약하던 그의 득점 생산 능력은 꾸준했으며, 이로 인해 UEFA컵 2회 우승(뮌헨-인터밀란), 유로 1996 우승, 월드컵 우승, 리그 우승 1회(뮌헨) 등을 모두 자신의 발로 만들어낸 천재적인 선수였다.
감독으로써는 단 하나의 우승컵이 있다. 바로 ‘2013 북중미 골드컵’이다. 지난 2006년 독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3위까지 끌어올렸던 클린스만은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골드컵을 우승시키며 자신 커리어 역사상 유일한 우승컵을 따냈다. 물론 해당 대회에서는 미국과 멕시코가 우승컵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던 관계로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대한민국 감독으로 임명되는 상황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논란을 일으켰다. 자질이 의심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 전국민의 반대에도 정몽규 회장의 ‘독단임명’ 선언으로 시작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심지어 ‘재택 근무’ 등의 근무태도 논란, 5연속 무승으로 시작된 불안한 경기력 등으로 논란은 이어졌다.
결국 아시안컵에서는 전술 없는 축구로 일관하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승리하는, 이른바 ‘좀비 축구’를 선보였으며 끝내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요르단에게 ‘유효슈팅 0개’, 즉 ‘슈팅영개’의 재림을 팬들에게 선물하며 화려한 퇴장을 알렸다.
– 변호할 점
다만 변호할 점은 있다. 이는 클린스만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축구협회(KFA)’의 문제다.
두 감독 모두 ‘뛰어난 전술가’를 아래 둔 상황에서는 좋은 성적(아시안컵 준우승/슈틸리케-신태용), (독일 월드컵 3위/클린스만-뢰브)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두 감독 모두 ‘전술가’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감독으로써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두 감독의 전술적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술가(코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부임 직후부터 전술적 지적이 있던 클린스만은 이를 적극적으로 KFA에 요청해야 했으며, KFA 또한 이에 맞게 전술가를 활용했어야 했다.
준비기간동안 플랜 A, 그것도 상대적 강팀(콜롬비아, 우루과이, 웨일즈)과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전술만을 고집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주, 일본, 이란에게 단 한번밖에 승리하지 못한 ‘슈틸리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 그러나
이강인-손흥민의 갈등을 인정한 대한축구협회의 반응으로 인해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관리 능력’ 또한 의문을 모으고 있다. 대표팀이 두 파로 나뉘어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경기 내부에서의 조직력 문제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몰랐으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선수단의 분열을 초래한 공범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선수단 관리’를 위해 기용한 감독인 만큼,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액션을 취하든 빠르게 결단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을 뒤늦게 불러들여 스스로 2018 월드컵에서 넘어졌던 것처럼, 오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또 똑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왠지 두려워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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