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 타임스퀘어점. /사진=삼성물산 패션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불황에 패션업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지난 한 해 패션업계도 함께 불황기를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 탓에 겨울철 성수기마저 누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이준서)은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 눈길을 끈다.
7일 삼성물산 실적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매출이 2조510억원으로, 전년(2조10억원) 대비 2.5%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940억원으로, 전년(1800억원)보다 7.8%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앞서 지난 2022년 국내 대기업 패션 계열사 중 최초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패션 ‘BIG 5’인 LF나 신세계인터내셔널, 한섬, 코오롱 FnC 등이 두 자릿수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삼성물산 패션은 이처럼 ‘나홀로 성장’을 유지했다. 특히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해 연말도 삼성물산 패션은 4분기 매출(5450억원)을 전년(5420억원)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이러한 실적 방어에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이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의 대표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오프라인 매장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LF가 남성복 브랜드인 ‘타운젠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에잇세컨즈 매장은 2022년 말 58개에서 지난해 말 71개, 이날 기준 72개로 증가세를 보였다. 보통 이러한 매장들은 강남이나 명동 등 핵심 상권에 단독 빌딩 형태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패션은 운영비 절감 등을 위해 경영 효율화에 진작 나섰다. 코로나 기간 강남역에 있던 매장을 정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신 쇼핑몰이나 아웃렛에 전략적으로 출점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중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인 에버랜드에 매장을 내고, 푸바오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이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준다. 그 결과, 에잇세컨즈는 현재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론칭 후 한때 내리 적자를 냈지만, 리브랜딩 및 경영 효율화 과정이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단연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 실적 견인에도 일정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내년을 목표로 에잇세컨즈의 아시아권 매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8seconds)가 리조트부문 에버랜드와 손잡고 ‘바오패밀리(푸바오/아이바오/러바오)’를 모티브로 한 협업 상품을 10일 출시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 에잇세컨즈
삼성물산 패션은 또 MZ 고객들을 상대로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르메르, 스튜디오 니콜슨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2008년 론칭한 ‘10 꼬르모 꼬소’와 2012년 세운 ‘비이커’ 등 편집숍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10 꼬르모 꼬소’, ‘비이커’ 등에서 해외 신(新)명품 브랜드들을 국내 소비자들에 알려주고 있다. 일종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여기서 나온 브랜드 수만 200여 개 이상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일본 명품 브랜드 꼼데가르송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비이커는 현재 전국 43개 매장이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 패션은 자체 온라인몰인 ‘SSF샵’에도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다. 패션몰이지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추가로 입점해 종합 플랫폼으로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SSF샵은 삼성물산 패션 전체 매출에서 그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1년 19%에서 지난해 22%로, 매해 1%씩 매출 규모를 늘려왔다.
삼성물산 패션은 “에잇세컨즈는 내수 시장을 목표로 론칭했던 SPA 브랜드로,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 전체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라며 “편집숍의 경우 잠재력이 있는 새 브랜드들을 계속해서 발굴하여 수익성을 증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SSF샵 역시도 입점 브랜드 확대나 인공지능(AI), 디지털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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