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인 故전종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 부부의 장남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이사).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삼양식품과 남양유업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삼양식품(대표 김정수)은 불닭볶음면 효과에 힘입어 사상 첫 연매출 1조를 달성했다.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1조 재진입이 유력하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오너 3세로의 승계 작업이 한창인 반면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 두 회사 희비가 엇갈린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1% 오른 1조1929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2% 오른 1468억원으로 예측했다. 삼양식품이 연매출 1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긴 것은 196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양식품의 누적 매출은 8465억원으로, 이 중 해외 매출은 5876억원이다.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약 70%를 차지한다. 이를 토대로 삼양식품의 지난해 잠정 해외 매출을 환산해보면 약 8350억원이 나온다. 여기서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로, 지난해 해외에서만 약 6680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4.5% 성장한 7553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유업계 최초로 2010년 첫 연매출 1조를 달성했다. 그러나 저출산 기조 속 홍원식닫기홍원식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잇따른 설화에 불매운동이 촉발했다. 2020년 매출 1조를 밑돌았고, 지난해까지 내리 적자를 냈다. 남양유업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기업 전면적인 리브랜딩 작업에 나섰다. 메가 브랜드인 초코에몽이 MZ세대의 전폭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이나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 신사업도 추진해왔다. 남양유업은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임신부나 산모를 상대로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거나 미혼모 생활시설에 자사 분유를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쳤다. 친환경에서 버려지는 빨대나 멸균팩 등을 모빌이나 키링으로 리사이클링해주는 캠페인도 전개했다. 남양유업의 이 같은 노력은 오너 리스크를 상쇄해주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액 280억원을 기록, 적자 폭을 53.5%나 개선했다. 이 추세라면 남양유업의 1조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1961년, 남양유업은 1964년 출범한 국내 정통 식품기업이다. 삼양식품은 글로벌에서 K푸드 열풍을 타고 불닭볶음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남양유업은 국내에서 소비 침체에도 불구 초코에몽 신드롬을 일으켰다. 두 회사 모두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지만, 오너 희비는 엇갈린다.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이 자신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을 상무로 승진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최종 패소해 오너 경영 60년이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삼양식품의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10월 그룹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오너 3세 전병우 본부장을 상무로 승진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도 겸직하게 됐다. 실제로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그룹 대표상징물(CI) 리뉴얼을 직접 추진하고, 기업 철학과 비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기자들을 상대로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초 경영권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2년여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홍원식 회장의 완패로, 그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본인 일가가 소유한 지분 전량을 넘겨줬다. 홍 회장은 2021년 5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 뒤,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밝혔다. 이후 홍 회장은 본인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주당 82만원 가격(약 3107억원)에 경영권과 함께 한앤코에 양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앤코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과 변호인 쌍방대리 등을 이유로 이를 무산시켰다. 대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고, 한앤코는 현재 전문경영인(CEO) 선임과 사명 변경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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