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엄태화 감독 연출 아이유 뮤비, 논쟁적 리뷰 쏟아지는 까닭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아이유의 신곡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시리즈에 대한 해석과 분석을 담은 리뷰가 분분한 경우는 흔하지만, 뮤직비디오가 논쟁적인 리뷰를 촉발하기는 이례적이다.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뮤지션 아이유라는 이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존재,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방탄소년단의 뷔의 영향력이 맞물려 폭발력을 더하고 있다.
아이유가 지난 24일 오후 6시 약 2년만에 신곡 ‘러브 윈스 올’을 발표했다. 공개 1시간 만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톱100’ 1위로 직행한 이 곡은 노래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로 더 큰 화제와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 디스토피아에서 찾는 유토피아 다룬 뮤직비디오
아이유가 신곡 발표와 동시에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멸망한 세계에서 상처입은 두 남녀가 자신을 쫓는 의문의 큐브(네모)를 피해 그들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분명한 서사를 내세우기 보다, 다양한 메타포로 설정된 이미지 중심의 뮤직비디오다. 메시지와 스타일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디스토피아에서 찾는 유토피아’로 해석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와 뷔는 의문의 큐브를 피해 거대한 폐건물로 들어간 뒤 우연히 낡은 캠코더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촬영한다. 여자는 말을 할 수 없고,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녔다. 하지만 카메라로 촬영된 두 사람의 모습과 머무는 공간은 상처입고 장애를 지닌 폐허의 현실과 다르다. 캠코더가 찍은 이들은 유토피아의 존재로 탈바꿈한다.
아이유는 ‘러브 윈스 올’을 발표하면서 직접 쓴 손편지를 통해 곡의 의미와 지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시대는 아닌 듯 하다. 눈에 띄는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이유는 이번 노래에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곡의 완성도는 탁월하다. ‘비밀’과 ‘이름에게’ ‘러브 포엠'(Love poem),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이어지는 일명 ‘아이유 대곡 발라드 시리즈’에 걸맞는 완성도다. 이에 더해 아이유는 “팬들에게 건네는 곡”이라고도 덧붙였다.
● ‘장애’를 통해 두 개의 세상을 구분 짓는 시도…
음악 팬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노래와 달리 뮤직비디오에서는 논쟁이 촉발됐다.
극중 아이유와 뷔가 낡은 캠코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상대의 모습이 현실과 달리 상처가 없고, 장애도 없는 것으로 묘사되는 부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멸망한 세계에서 상처받은 현재의 모습은 디스토피아로, 캠코더로 촬영한 모습은 유토피아로 묘사한 부분에서 대중의 해석은 엇갈린다. 굳이 장애의 유무를 이용해 두 세계의 간극을 표현해야 했느냐는 리뷰도 이어진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은 리뷰가 쏟아지는 상황은 개개인의 평가를 떠나 그 작품의 완성도가 대중을 자극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드문 일이다.
의견이 엇갈리고, 일부에선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지적하는 해석도 제기되자 엄태화 감독은 작품 속 다양한 설정과 그에 대한 해석을 아이유의 소속사를 통해 밝혔다. 일종의 ‘해석 가이드’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유의 입술엔 작은 체인이 걸려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뷔의 눈동자는 불투명하다. 이런 설정에 엄태화 감독은 “말하지 못하는 이와 왼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이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생존기”라고 이번 뮤직비디오를 설명했다.
이어 아이유의 입술에 걸린 체인은 “곧 세상과 온전히 소통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을 뜻하고, 뷔 역시 왼쪽 눈에 백색의 렌즈를 착용해 한 눈에 보기에도 두 사람이 세상의 난관들을 헤쳐가기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을 추격하는 큐브는 “차별과 억압의 상징”이다. 감독은 “네모(큐브)는 주인공들을 향한 차별을 뜻하고 나아가 우리 일상에서 만연한 각종 차별과 억압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네모로부터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서로를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각자 상처 입고 지친 상황에서도 (아이유와 뷔는)끝까지 이겨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캠코더를 통해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를 구분 짓는 설계는 가장 큰 해석의 차이를 야기한 설정이다.
이에 감독은 “영상 속 시간은 현재이지만 캠코더가 찍히는 화면의 설정값은 폐허가 되기 전 멀쩡했던 세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캠코더의 렌즈는 곧 사랑의 필터를 의미하고, 인물들의 내적 혹은 외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고 정의했다.
● 엄태화 감독, 왜 아이유 뮤비 연출했을까
엄태화 감독은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주목받은 연출자다. 영화 작업으로도 분주한 상황에서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이유가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실 엄태화 감독과 아이유의 인연은 2018년 시작됐다. 당시 상업영화 데뷔작 ‘가려진 시간’을 내놓았던 엄태화 감독은 아이유의 콘서트 실황 영상 작업에 참여했고 “그 작업을 통해 이후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뮤직비디오 연출은 아이유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 아이유가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하면서다. ‘러브 윈스 올’이 다룬 디스포티파의 세계는 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닮아 있기도 하다.
엄태화 감독은 “이번 뮤직비디오의 세계관 자체가 현실과 달리 이질적이고 추상적인 설정인 만큼 여러 시각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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