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2년간의 유예가 종료된다. 중대재해법 시행 2년, 건설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에 대해 본 기획을 통해 되짚어본다.]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중대재해법은 각종 현장 안전사고에서 근로자들의 안전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각심을 높여 사망에 준하는 중대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뒤에도 건설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정책 효과 자체에 의문부호를 띄우게 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25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점검한 결과 중대재해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이나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의 재해자 수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자 수는 지난 2020년 2만6799명에서 2022년 3만1245명으로 증가했다.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의 경우 2022년 사망자는 2021년보다 5.7%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3.2% 증가했다.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대법원에서 실형선고를 받은 건수는 26일 현재까지 단 한 건뿐이었다. 법 시행 후 적용 및 선고까지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중대재해법이 실효성 있게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건설현장의 안전 대신 노동법 및 중대재해법을 다루는 로펌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대형로펌 빅4(태평양·광장·율촌·세종)의 작년 국내 매출(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이 모두 3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륙아주·바른 등의 매출 역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나 자금여력·법적 대응력이 업체들은 그나마 이처럼 로펌을 선임해 중대재해법 이슈에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영세 건설업체들은 중대재해법 유예 종료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0.0%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비용이 모두 부담이어서 대기업과 달리 안전관리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전문 로펌을 선임하거나 법무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응도 쉽지 않다.
중소 건설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자재값에 인건비까지 다 올라서 안 그래도 직원을 최소한으로 써가며 간신히 유지 중인데, 안전관리자를 새로 뽑기에는 여유도 없거니와 우리가 제시한 연봉으로 안전관리자가 충원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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