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6 누수
문제 지속해 제기되지만
“설계 결함은 없다” 주장
자동차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지닌 기계다.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요즘 신차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 그 복잡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몇 년간의 신차 개발 단계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한 테스트가 진행됨에도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부분의 문제로 결함이 발생한다면 그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걸로도 모자라 제조사가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관계 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아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세계 3위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 현대차 이야기다.
글 이정현 기자
부식에 악취까지 유발
조사 대상 아니라고?
현대차 중형 전기차 아이오닉 6의 누수 문제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가 오거나 세차할 때 앞 유리를 타고 흐른 물이 유입돼 에어컨 필터를 적시고 녹과 악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22일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작년 7월 17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이러한 문제로 접수된 결함 신고가 187건에 달한다.
지난 2022년 9월 15일 해당 모델이 출시된 후 약 10개월 뒤 누수 문제가 처음 접수됐고, 이로부터 6개월간 하루 한 번꼴로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UPI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은 “공조기 외기 모드에서 풍량이 강할 경우 물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결함 조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어째서일까?
안전 문제없으니 끝?
현대차 주장은 이랬다
현행 규정에 따라 자동차 리콜을 시행하기 위해선 제작 결함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 결함 조사를 위해선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 아이오닉 6의 누수 결함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조사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대차가 누수를 막기 위한 패킹, 실링제 추가 등 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문제가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제작 결함 조사 건의와 함께 조사 착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또한 아이오닉 6의 누수 문제를 두고 설계 결함이 아니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폭우와 같은 특정 상황에서 공조기를 외기 모드에 두고 강한 풍량으로 작동시킬 경우 공조 홀을 통해 약간의 수분 유입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결함과 무관하며 전기차 부품이나 에어컨 필터에 성능, 안전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상 수리 중이라지만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편 현대차는 작년 말부터 아이오닉 6에 대한 무상 수리를 진행 중이다. 누수가 발생하는 통풍구 부위에 고무 커버를 덧대는 임시 조치다. 하지만 동호회 등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외부에 주차하거나 시동을 끄고 세차할 때면 필터가 젖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픽플러스’도 실험 결과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물이 상당량 유입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제조사 잘못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내기 순환 상태인데도 누수가 발생한다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로는 끝날 일이 아니다”. “안전 문제와 직결되지 않아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현대차 측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공개적으로 무상 수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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