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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받은 적 없는데”…피해자 의견 무시하는 깜깜이 공탁

법률앤미디어 조회수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2년 사회를 시끄럽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자매 그루밍(길들이기) 성폭력 사건’이 수사를 통해 밝혀진 건데요. 사건의 내용이 엽기적이기도 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더한 충격을 줬습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인 40대 목사 A씨는 피해 자매에게 2019년부터 2022년 여름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을 저질렀습니다.
 
A씨는 피해 자매의 합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피해자 계좌에 2000만원을 송금하는데요. 피해 자매가 돈을 되돌려주자 B씨는 1심 판결 직전 이 돈을 법원에 공탁합니다. 이후 B씨는 성폭행 및 성추행에 대해 법원에만 반성문과 공탁금을 제출하는데요. 피해 자매에게는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B씨가 공탁을 했다는 사실이 감안된 결과였습니다.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를 감형 요인으로 인정한 겁니다. 

형사공탁특례 관련 확정된 전국 1•2심 판결문. / 사진 = 머니투데이
형사공탁특례 관련 확정된 전국 1•2심 판결문. / 사진 = 머니투데이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2022년 12월 처음 시행됐습니다. 형사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에도 형사공탁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인데요.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변제공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시행 1년을 넘기면서 가해자들의 감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 피해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들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형사특례 공탁제도가 시행된 뒤 지난해 10월까지 공탁이 이뤄진 사건 중 1, 2심 판결이 나온 사례는 988건인데요. 이중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해 공탁을 감형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도 논의 과정에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했는데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노력 없이 모든 사건에서 사건번호만 쓰는 식으로 공탁해서 취지가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 ①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하여 하는 변제공탁(이하 “형사공탁”이라 한다)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

② 형사공탁의 공탁서에는 공탁물의 수령인(이하 이 조에서 “피공탁자”라 한다)의 인적사항을 대신하여 해당 형사사건의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이하 이 조에서 “법원”이라 한다)과 사건번호, 사건명, 조서, 진술서,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고, 공탁원인사실을 피해 발생시점과 채무의 성질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다.

③ 피공탁자에 대한 공탁통지는 공탁관이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다.

피해자 권리 무시하는 꼼수 공탁?
 
법조계는 현행 공탁법에서 공탁의 시기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점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의 초안에서는 법원 공탁관이 직접 피해자에게 공탁을 통지하도록 했는데요. 제도 논의 과정에서 인터넷에 공고하는 방식으로 수정됐습니다.
 
그 결과 가해자가 공탁을 했더라도 피해자에게 즉각적으로 공탁 사실이 통지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재판부가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 역시 보장되지 않습니다. 
 
꼼수 공탁이란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피해자가 공탁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없는 선고 직전에 가해자가 기습 공탁을 하는가 하면 공탁을 거듭 반복해 형량을 줄이려는 꼼수가 생겨나는 겁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변론종결 후 들어온 공탁에 대해 추가 변론 기일을 열거나 선고기일을 늦추는 등 피해자 의견 진술을 보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재판예규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법조계 관계자는 “기습공탁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법원이 재판예규를 바꾸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며 “양형에 공탁이 반영됐다는 것은 판사가 공탁 사실을 인지했다는 의미인 만큼 공탁에 대해 피해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예규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사공탁특례 시행 이후 증가한 형사공탁금 신청 건수. / 사진 = 머니투데이
형사공탁특례 시행 이후 증가한 형사공탁금 신청 건수. / 사진 = 머니투데이

◇이원석 총장 ‘꼼수 감형’ 근절 지시
 
검찰 역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검 검찰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판결 선고 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공탁’ 관련 양형인자를 적용할 때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지난 7일 검찰은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악용해 변론종결 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이른바 기습공탁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일 변론 종결 후 기습적으로 형사공탁이 이뤄졌다면 재판부에 추가 양형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선고연기 또는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탁사실에 대한 피해자 의사를 신속히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에 공탁 경위와 금액, 피해 법익,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양형 판단을 해달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도록 했습니다.

/ 사진 = 머니투데이
/ 사진 = 머니투데이

꼼수공탁에 대한 비판이 거듭되는 가운데 공탁을 양형 사유로 고려하지 않은 판례도 등장했습니다.
 
음주운전 중인 피고인이 음주단속을 피하려 도주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고가 있는데요. 피고인은 재판에서 변론 종결 후 선고 13일 전 3000만원을 공탁했습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자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탁을 양형사유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며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광주지검에 따르면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인해 보행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피고인이 1심에서 4000만원을 공탁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이에 담당 검사가 항소심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공탁금 수령 거절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해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반영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한 꼼수공탁으로 인해 감형이 이뤄질 우려는 여전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김소은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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