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교육격차도 지역소멸을 부르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지방 중소도시보다 더 열악한 농산어촌은 인구감소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정부는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지원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한다고 인구감소 문제가 금방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인구감소 방안을 창안해 실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화천의 교육복지 지원 정책을 보고 놀랐다.
화천은 하나둘 떠나가는 아이들과 그로 인해 사라지는 학교로 인해 인구감소가 가속화되자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자 지역인재 육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영유아에서 대학생까지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고는 ‘아,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고 지원하는 저출산 대책이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주요 관심 대상인데 무조건 아이를 낳으면 저출산이 해결된다고 보고 막대한 예산을 세워 해결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가장 앞서서 해결하여 왔던 지자체가 바로 화천이다.
물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인구감소의 대세를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의 고향 강원도의 작은 농산어촌을 기반으로 한 화천군에서 다른 지자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지역소멸을 막으려는 열정을 보고 새로운 희망이 보였다. 이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이 아니라 ‘절처봉생(絶處逢生)’이다. 도시는 기사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농산어촌은 기사회생마저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 농산어촌의 현실이다.
따라서 화천처럼 막다른 길에서도 살길을 찾아 나선다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내 고장 아이들이 도시지역 학생들과 적어도 대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해주기 위한 다양한 교육복지 시책을 마련했다”며 “영유아와 초등학교, 중고생을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 기르기 좋은 지역으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라는 최문순 군수의 말처럼 우리는 대도시, 서울 그리고 강남 8학군에 매몰되어 일그러진 교육 현장만을 탓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가 그 마을의 지역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한 기억이 있다. 특히 그 지역 학교 체육대회는 축제 한마당으로 온 마을이 함께 어우러져 마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놓곤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 소멸로 그런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시군 단위 면민 체육대회도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그냥 친목 모임으로 그치고 있으니, 지역소멸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심각한 현실 진행형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화천군의 교육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성공시켜 지역소멸의 모델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인구 저자소개
“새벽을 열면 길이 보인다” 저자 허인구는 춘천 출생으로 춘천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히고 MBC 사건 기자로 언론사 기자 생할을 시작했다. SBS 워싱턴 특파원, SBS 스포츠국장, SBS 골프사장,SBS 스포츠 사장, SBS 미디어크리에이터 사장, SBS 강원민방 (G1) 사장을 (2018,3 – 2023, 8) 역임했다. 현재 춘천,철원,화천,양구 춘천(을)지역 국회의원 예비 후보로 등록하고 내년 4월20일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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