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불닭볶음면을 전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을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삼양식품그룹의 새 이름이다.
‘500억달러(약 65조 6800억원) 인스턴트 라면 산업을 뒤흔드는 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지난 6일(현지 시각) WSJ에 실렸다. 9000자가 넘는 분량의 기사는 김 부회장이 어떻게 불닭볶음면 신화를 일궜는지 다룬다.
김 대표이사는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2017년 삼양식품 총괄 사장에 이어 2021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해외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부회장엔 지난해 9월 선임됐다.
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매운 정도의 지표)는 타바스코 소스보다 2배가량 매운 4404다. 쉽게 친숙해질 수 없을 정도로 맛이 강렬하다. 값도 비싸다. 다른 라면들과 견줘 3배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불티 나게 팔린다. 2013년 3000억 원대였던 회사의 연 매출이 지난해 1조 원을 넘긴 데는 불닭볶음면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불닭볶음면 흥행으로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해 70% 껑충 뛰었다. WSJ는 삼양식품이 기여하는 한국의 라면 수출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기에 힘입어 불닭볶음면은 미국 서부 지역 시장을 테스트 무대로 삼아 미국 전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대형마트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상품책임자는 불닭볶음면에 대해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증가하는 라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1997년 외환위기 부도 때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저렴한 대파와 팜유 등을 구하려고 중국·말레이시아 등지를 찾아다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김 부회장은 “그땐 절박감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봄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과 서울 도심을 산책하다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 가게에 긴 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매운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 개발팀은 닭 1200마리, 소스 2톤을 써가며 세계 각국의 고추에 대해 연구하는 등의 노력 끝에 마침내 불닭볶음면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강렬한 맛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부회장은 더 다양한 형태의 매운맛, 건강한 재료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히트 제품에 의존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WSJ에 “며느리인 김 부회장이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하다”며 “삼양은 망할 뻔한 회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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