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두 눈을 뜨고 봐도 믿기지 않는 그림이다. MLB 개막전부터 2 대 2 한일전 매치가 성사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4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상호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을 맺었다”며 “이 계약은 A. J. 프렐러 단장이 직접 발표했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의 공식적인 계약 총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 기자에 따르면 고우석은 2년 보장액 450만 달러를 받는다. 이는 2024시즌 175만 달러, 2025시즌에 225만 달러를 받는 계약 조항이다. 또 2년간 옵션을 모두 채우면 고우석은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기간이 1년이 더 늘어나 2026시즌 3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출전 경기 수와 성적, 마무리 보직을 맡는 등 각종 보너스를 더하면 3년 총 240만 달러로, 이를 모두 챙길 경우 총보수는 940만 달러(123억 원)가 된다. 다만 2년 후 상호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바이아웃 50만 달러가 주어진다.
샌디에이고 구단 역시 고우석을 반겼다. 계약 직후 곧바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게시했고, KBO리그에서 고우석의 활약상을 동영상으로 게시했다. 또 공식 SNS를 통해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우선 고우석의 일차적인 목표는 마무리 보직을 맡는 것이다. 고우석은 올 시즌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 로버트 수아레즈와 마무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친다.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NPB) 10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올렸다. 2023 시즌에는 최연소 20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 로버트 수아레스는 2023시즌 26경기 4승3패 8홀드 평균자책점 4.23을 올렸다. 다만 세이브는 2022시즌 올린 1세이브가 전부인 선수다.
고우석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354경기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2022시즌 고우석은 평균자책점 1.48,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잔부상에 시달리며 다소 주춤했다. 고우석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으로 출전했으나 연습경기 도중 목 부상으로 인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후 정규 리그에 돌입해서도 어깨 부상과 허리 부상이 겹쳐 올 시즌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예년과 비교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으나, 언제든 40세이브 이상 올릴 수 있는 투수임은 변하지 않는다.
MLB.com은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철벽 마운드가 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어떤 선수가 등판하든 세 선수 모두 중요한 상황에서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 기자는 고우석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봤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우리는 아직 특정 보직을 염두에 두고 이런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가능한 한 서로 다른 유형의 투수들을 데려온 것이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어떤 공을 던지는지, 팀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지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고우석의 보직은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고우석의 합류로 자연스레 3월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개막전이 미니 한일전으로 바뀌게 됐다. MLB 사무국은 야구 세계화를 목표로, 빅리그 일부 경기를 북미 외의 국가에서 치르고 있다. 한국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3월 20~21일까지 서울 고척돔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LA 다저스의 경우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다. 앞서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170억 원)에 계약을, 일본 프로야구를 점령했던 야마모토는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에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고우석과 오타니, 야마모토와 김하성의 투타 맞대결에 이목이 쏠린다. 이 밖에도 샌디에이고엔 일본인 다르빗슈 유와 마쓰이 유키, 한국인 최지만 역시 자리하고 있기에, 내셔널리그는 아시아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게 됐다.
일본 매체 역시 해당 대결을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 현지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같은 날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영입하면서 마쓰이 유키에 이어 두 번째 대형 보강을 했다”라며 “한신 타이거스 출신 로베르토 수아레즈, 마쓰이 유키와 소방수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무리 대결 구도를 전했다.
이어 고우석에 대해 “지난해 3월 WBC 한국 대표팀에 발탁된 고우석은 오타니에게 고의 사구를 던지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있었다”며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이적한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 개막전을 치른다. 고우석은 이때 오타니와 대결을 펼친다. 샌디에이고에는 한국 대표팀 출신 김하성 역시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리즈는 김하성에 포커스가 맞춰진 경기였다. KBO리그 키움 출신의 김하성이 친정 홈구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가 컸다. 여기에 다저스가 두 일본인 대어를 데려왔고, 샌디에이고에 고우석이 더해지면서, 서울 시리즈는 그 의미의 크기가 한일전으로 변하게 됐다.
고척돔이 뜨거워진다. 그것도 한일전이다. 오타니의 이적 후 첫 경기와 야마모토, 고우석의 첫 메이저리그 투구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시리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고우석의 원 소속구단인 LG 트윈스는 계약 조항에 따라 총액의 20% 규모인 9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을 지급 받는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LG트윈스 차명석 단장 역시 “축하한다.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응원한다”고 성원을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SD 공식 SNS, 대니얼 킴 해설위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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