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경민 기자] 2일 MBC PD수첩에서는 ‘대통령과 과학입국 – 2024 R&D 예산 삭감 파동’편이 방송된다.
과학기술입국'(科學技術立國), ‘과학기술로 나라를 세운다’ 라는 말처럼 자원 불모지인 대한민국 R&D 예산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삭감되지 않고 계속 증가해왔다. 2023년, 그 역사는 멈추었다.
2023년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수개월 넘게 준비했던 2024년 R&D 예산안이 단 2달 만에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이다. 삭감안이 발표되자 과학자와 전공학생들은 실험도구 대신 피켓을 들고 삭발까지 하며 거리로 나왔고 야당과 시민사회도 크게 반발했다.
2024년 R&D 예산안이 만들어질 때 정부와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던 것일까? PD수첩이 집중 취재했다.
■ 법적절차에 의해 준비되고 있었던 2024년도 R&D 예산안,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원점 재검토?
2023년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 한마디로 관련 부처와 기관은 즉각적으로 움직였고, R&D 예산안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당초 2023년 6월 30일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예산 배분 및 조정 내역을 기획재정부로 알려야 했지만, 결국 기한을 넘긴 8월 22일 제출됐다. 법정기한까지 어기면서 재조정의 결과는 2023년 대비 16.6% 삭감. 제동국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구체적인 나눠먹기 내역을 제시하기는 커녕 너희들이 적어내라고 통보를 받았다’며 삭감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인 ‘나눠먹기식 R&D’의 실체와 예산이 재조정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짚어봤다.
■ 글로벌 R&D 예산은 대폭 증액, 그 내용은 깜깜이?
전체 R&D 예산은 감소했지만 그 가운데 글로벌 R&D 예산의 분야는 2023년 대비 대략 3배가량 증액됐다. 국제공동연구를 통하여 선진국과 협력을 기대하기 위함이라는데 , 누구와,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 정확한 내역이 공개된 것이 없다.
강진원 글로벌 R&D 전문가는 서로의 신뢰를 쌓고 공동연구를 시작하기까지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데, 예산만 늘린다고 국제협력의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급격히 증가한 글로벌 R&D 예산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예산보다는 한국의 국제협력 제도 개선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아수라장 된 과학현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R&D 예산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로 기초과학분야를 꼽았다. 이 연구비 안에는 젊은 연구자들의 인건비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PD수첩이 만난 기초과학연구분야 00대학교 대학원생 연구원 김예린씨는 8월 예산안이 발표된 이후 9월부터 인건비가 기존 대비 30% 삭감되었고, 00연구원 인턴 연구원인 김세은씨는 근무 중인 연구자재를 구매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요아힘 프랑크 교수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 있는 이 시점에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박사도 ‘R&D 예산을 삭감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한 메시지를 한국에 전했다.
2024년 R&D 예산 삭감 과정의 의혹과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다룬 PD수첩 ‘대통령과 과학입국 – 2024 R&D 예산 삭감 파동’은 1월 2일 밤 9시에 방영된다.
문화뉴스 / 이경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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