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박주영, 김민아 작가
[TV리포트=박설이 기자]팬데믹이 지나가고, 여행 예능들이 쏟아졌다. 그 선봉장은 원조 여행 예능이자 유일무이한 한국 여행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지난해 7월 시즌3격인 리부트로 돌아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익숙한 듯 새롭게 컴백했다. 터줏대감 알베르토와 함께 시즌1의 MC 김준현,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이현이가 돌아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시청자들을 맞았다.
제작진도 바뀌었다. PD도, 작가도. 새 옷을 입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온다는 콘셉트는 같기에, 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는 숙제를 떠안은 제작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았다. 노력 끝에 리부트 버전 시청률을 1%대에서 4%대로 끌어올렸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을 찾을 여행 친구들 섭외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2월 어느 날,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의 박주영, 김민아 작가도 지난해 5월 프로그램을 처음 맡게 됐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하고 걱정한 부분이 섭외라고 말했다.
Q_팬데믹 때 시청률이 1%대까지 떨어진 위기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
코로나 시기였고 ‘어서와’ 시청률도 많이 떨어졌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평소 즐겨보던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MBC에브리원 간판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PD님과 동료 작가들 믿고 함께하기로 했다.
Q_스태프 규모가 궁금하다.
작가만 9명이고, 연출자까지 다 하면 30명 정도 된다. 카메라는 기본 6~7대, 셀캠에 거치캠 10대까지 하면 20~30대 정도다. 장소가 좁으면 수가 줄어들고 넓으면 카메라도 늘어난다.
Q_’어서와’에서 작가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프로그램 기획과 구성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섭외다. 출연할 인물 섭외 리스트를 만드는 것. 호스트와 나라 섭외가 동시에 들어가는데, 미팅 후 출연을 수락하면 PD, 작가, 카메라, 드론 등 소규모 선발대가 그 나라를 방문한다. 호스트가 초대한 친구들에게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미리 묻는다. 이들은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것을 직접 계획하고, 선발대 제작진과 만나 계획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다.
Q_나라와 호스트 선정 기준은?
다른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타 방송에 나왔던 외국인이 누가 있는지 리스트업을 먼저 한다. 그 외에 유튜브 채널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도 찾아보고, 대사관이나 어학당에서 추천도 받는다. 모델 에이전시나 외국계 기업에서 추천해 주기도 한다. 리부트 제작진이 새롭게 구축한 네트워크다.
나라를 택하는 기준은 의외로 심플하다. 한국에 안 왔던 나라의 호스트와 친구들. 한국어를 굳이 잘할 필요는 없다.
“뉴질랜드 앤디, 다크호스였어요”
Q_출연했던 친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만족스러웠던 출연진은?
우리가 발굴한 호스트 중 가장 만족하는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온 앤디.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는 진짜 일반인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작게 운영하는 게 전부인. 평택 고교 영어강사인데 사실 별 기대를 안 했었다. 미팅을 하고자 일산 MBC로 와 달라고 했는데 평택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왔더라. 한국어를 잘 못하는데 한국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한국어를 하고는 자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 “나이스” 추임새를 넣더라. 방송 경험이 없어 순수하고, 해맑았다. 누구를 초대할 건지 물었더니, 4형제의 막내더라. 사진을 보여주는데 다 똑같이 생겨 놀랐다. 완전 다크호스였고, 뉴질랜드 편부터 시청률이 반등하기도 했다.
방송 경력 없는 호스트 출연을 꺼리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우리가 고집을 부렸다. 이번에 해보고 안 되면 아예 방송 경력 없는 일반인은 안 하겠다고 강수를 뒀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이 친구는 스핀오프인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에도 출연했다.
Q_이탈리아 미슐랭 셰프들 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섭외 과정이 어땠나?
보통 호스트에게 친구나 가족 중 한국에 방문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여행 그룹을 조합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미슐랭 셰프인 파브리의 친구들이 미슐랭 협회에서 만난 셰프들이었다. ‘마스터셰프’ 심사위원 출신도 있고, 다들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파인다이닝의 오너셰프들이었다. 이보다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었다.
일정도 특별했다. 본인들이 열정적으로 플랜을 짰는데 세 가지 부탁이 있었다. 해녀를 만나고, 한옥에서 묵고, 김장을 해보고 싶다는 것. 특히 김장은 쿠킹 클래스가 아닌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난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옥 숙소 사장님에게 협조를 구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셨다. 정말 극적으로, 셰프들 바람대로 김장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Q_호스트의 가족이나 친구는 모두 일반인이다. 섭외에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일반인 출연자를 완벽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찰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외국인이지 않나? 과거를 다 조사할 수도 없고, 또 어디까지 검증을 해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한다. 섭외 전 소셜 네트워크를 자세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출연을 결정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출연 예정자의 어투와 사고방식 때문에 섭외를 포기했던 경우도 있다.
Q_리부트로 김준현이 돌아오고, 이현이가 합류했다.
리부트에서 MC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실 김준현 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고, 김준현이 시즌1에서 하차했던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차했던 프로그램에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다. 매니저를 설득하고, 본인도 설득했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의 팬이기도 했고, ‘어서와’에 그만한 진행자는 없을 거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큰 결심을 해줘서 감사하다. 첫 녹화도 마치 지난주에 했던 사람처럼 편안하게 진행했다.
이현이 씨는 리액션이 정말 크지 않나? 많은 시청자들이 호감을 갖는 MC이기도 하고 ‘골때리는 그녀들’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도 평가가 좋아서 함께하게 됐다. 출연을 부탁드리니 “오래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다”라며 고마워 하셨다. 알베르토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회장님 같은 존재다. 든든하게 프로그램을 지켜줘서 늘 고맙다.
“제작진 개입이요? 방임에 가깝죠”
Q_제작진이 어디까지 개입하나?
장소는 친구들이 짜온 계획을 토대로 일정에 맞춰서 협조를 구한다. 물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향하는 곳도 10번 중 서너 번 정도 있지만 웬만한 식당 같은 곳은 촬영 협조를 받는다. 출연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최대한 맞추고, 그게 안 되면 근처에 가는 방법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장소 외에는 사실 거의 방임에 가깝게 개입을 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대신 친구들이 짜온 계획 가운데 불가능한 것은 안 된다고 말하고 비슷한 일정을 추천해주거나 한다. 지금 제작진들은 인위적인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Q_얼마나 개입을 안 하나? 어쩔 수 없이 ‘참견’을 한 경우는?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저쪽으로 가면 역주행이다’ 할 때는 당연히 얘기를 해줘야 하지 않나. 또 너무 하염없이 헤맬 때는 개입을 하기도 한다. 이후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조차 살짝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이지 “거기가 아니다” “이쪽으로 가라” 처럼 직접적으로 디렉션을 주지는 않는다.
공항에서 헤매면 괜찮은데 바깥에 나가서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 특히 지방에 가서 길을 잘못 들거나, 그래서 시간이 지체돼 협조를 구해 놓은 장소에 못 가고 하면 속이 탄다.
고속버스를 타고 양양에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10분 쉬고 오라고 했는데 이걸 알아듣지 못한 출연자가 안 돌아와서 난감했던 적도 있다. 고속버스에 다른 일반인 탑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 때문에 지체가 되게 둘 수는 없지 않나? 발을 동동 구르다 전화를 하기 직전에 극적으로 버스로 돌아왔다. 진땀 뺐다.
“국뽕 있지만 포인트가 달라요”
Q_’국뽕 프로그램’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예전 ‘어서와’는 그런 느낌이 조금 강했다. ‘선진화된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 시키려는 게 있었다. 현 제작진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억지로, 인위적으로 ‘국뽕’을 녹일 필요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세상이 달라졌다. ‘선진화된 한국’은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굳이 그 부분을 짚지 않아도 된다.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출연자의 반응을 강하게 담아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여주는 게 우리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막이나 효과로 리액션을 강조를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국뽕이 솟아오르게’ 하지는 않는다. 시청자로부터 “저건 아니지 않아?”라는 반응이 나와서는 안 되니까.
첫 방송 후 5년이 지났다. 이제 한국을 모르는 채로 한국에 오는 출연자는 없다.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방문한다. ‘오징어게임’과 BTS를 알고 한국에 와서, BTS가 갔던 버스정류장을 찾아간다. 전과 달라진 방문자의 모습을 시청자도 신기해 한다. ‘어서와’에서 ‘국뽕’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포인트는 확실히 달라졌다.
Q_제작진으로서 ‘국뽕’을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
선발대로 해외에 촬영을 가면 출연자들 집 TV가 거의 삼성 아니면 LG다. 제작진의 국뽕이 차오른다. 한국에서 촬영을 할 땐 사소한 것에 외국 친구들이 놀라는 걸 보면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 안내판이 많이 감탄한다.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이정표 같은 교통 인프라, 인터넷 속도는 늘 놀라워 하더라.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박주영 작가
[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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