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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국수본’ 작가-감독 “경찰, 우릴 반가워하지 않았어요”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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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국가수사본부'(‘국수본’). 왠지 입에 잘 안 붙는 이 단어는 현 경찰청 내 수사 본부 이름으로 2021년 1월 1일 출범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국가수사본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니 그런 조직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덕분에 인지도가 치솟기 전까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출신의 두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웨이브 오리지널 크라임 다큐 ‘국가수사본부’는 그런 의미에서 경찰이라는 조직에게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을 이렇게 가까이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크라임 다큐가 국내에 없었기에 경찰에게는 이들이 일선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고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가감 없이 알릴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시작은 어려웠다. 경찰의 아픈 곳, 경찰이 놓친 것을 파헤쳐 온 ‘그알’ 제작진이 만들기에 그랬다. 경찰에게 미움 받던 제작진은 어떻게 경찰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Q_국내에서 시사교양이 OTT에 진출하는 게 이례적이잖아요?

박: 우선 ‘국가수사본부’를 보고 “외국에서만 보던 걸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댓글을 보고 감사했어요. ‘국가수사본부’나 ‘나는 ‘신이다’가 지금 집중을 받고 있는데, 저희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그간 지상파가 시사교양을 잘 만들어왔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단계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시사교양 콘텐츠의 힘이 조금씩 증명되면서 OTT에서 예능이나 드라마 말고 현실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시간, 비용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작가의 노하우와 경험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의 힘이에요. (드라마가 아닌) 시사교양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작가를 믿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또 작가 덕분에 프로그램이 잘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길 바라고요.

배: ‘그알’, ‘SBS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 시사교양 PD가 됐습니다. ‘그알’을 30대 중반까지 했는데, 공허해지더라고요. 5년 8개월 정도 했는데요. 그렇게 하고 싶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재미있게 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엔 뭐하지?’라고,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죠. 또 좋은 기회로 파일럿을 하게 되면 ‘그 다음은 뭘 하지?’ 또 질문이 생겨요. 그런데 이번에 ‘국가수사본부’를 OTT에서 하면서 (다른 길이) 열린 느낌이에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실제로 작가님과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서너 개의 프로그램을 더 기획할 수 있었거든요. 기회를 더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SBS에서가 아니고 넷플릭스가 될 수도 있고, 디즈니가 될 수도, 또 웨이브가 될 수도 있고요.

박: (프리랜서인) 작가는 어딘가에 고용 돼야 하잖아요? 이제는 내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고용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했어요. 이 가능성에 대해 작가 후배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작가들은 이렇게 인터뷰를 당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알저알'(SBS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 인터뷰 끝나고 얼마나 이불킥을 했는지.(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건, 지금 있는 자리가 최고, 최선이 아닐 수 있으니 넓은 곳을 보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재능 있는 작가들이 어떠한 제약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배: 다만 PD도 작가도 간과해선 안 되는 건, 다들 차근차근 이력을 밟아온 거거든요. 이걸 건너뛸 수는 없어요. 그때그때 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 있는데 갑자기 ‘그알’ PD가 될 수는 없죠. 된다고 해도 소화할 수 있을까요? 못 버틸 거예요.

Q_경찰과 사이가 좋지 않으셨을 텐데, 왜 경찰 이야기를 하시나요?

배: ‘그알’ 하면서 경찰의 잘못을 많이 찾아다녔잖아요? 당연히 우리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죠. 오랫동안 탐사 프로그램을 하면서 개인적 친분, 신뢰 관계를 다진 경찰을 사석에서 만나면 “왜 잘못한 것만 얘기하냐?”라고 하시거든요. 잘한 건 뉴스가 안 되잖아요? 마음 한 켠에 ‘왜 그런 건 뉴스가 안 될까?’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OTT를 기획하면서 <국가수사본부 출범 1년, 초라한 성적표>라는 기사를 보게 된 거예요. 국가수사본부라는 기관 자체를 몰랐어요. 이제는 다들 알지만요.

박: 기획안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가서 설득을 해야 했는데요. 일선 형사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알’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안 만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경찰이 놓친 부분을 파고 드는 것부터가 우리 일의 시작이었으니까요. 그런 한편, 우리가 일선의 형사님들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는데 할 기회가 없었던 거고 그러니 (이 기획을) 해보자 했죠. 얼마나 발로 뛰며 어렵게 수사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조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나,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설득했어요. “여러가지로 미안했지만, 잘못하신 거잖아요? 이번에는 잘못한 것이 아닌 잘하고 계신 것을 조명하겠다”라고요.

탐사 보도를 하면서 둘 다 아쉬웠던 건, 사건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중간 단계일 수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결국 끝을 다 못 본 것도 있고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였죠.

Q_’국가수사본부’, 언제 처음 기획했나요?

박: 우리끼리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자 한 게 2년 전이었고, 기획부터 3월 3일 첫 오픈 기점으로 딱 1년 걸렸어요.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 기간 1년은 굉장히 긴 거거든요. 2년 안에 3~4개 정도 기획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국가수사본부’였어요. 어디에서 방송할까 계획한 게 아닌, 우리 이야기를 선택한 곳이 웨이브였고요.

Q_형사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려워했을 것 같아요.

박: 우리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고마워 하면서도 두려워하셨어요. 일선에 있는 형사들은 치열하게 수사하지만, 가장 많은 민원과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계세요. ‘잘해도 나를 오해할 거야’라는 생각이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당연히 다 (인터뷰를) 싫어하셨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냥 (경찰서에) 가서 기다리고 따라갔어요. 권역별로 피디들이 상주하면서 처음엔 거의 지켜만 봤죠.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몇 개월 같이 지낸 PD 앞에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과정이었죠.

Q_촬영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요?

배: 권역별로 팀당 6명, PD와 촬영, 기사님까지. 많을 때는 7팀까지 있었어요. 이번에 장비를 영화 장비를 투입했어요. 없어서 SBS에서 이례적으로 두 대 구입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보시는 분들이 영화 같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 장비 덕분이에요. 4K 24프레임으로 찍어서 더 영화처럼 보이는 거예요. 카메라 수는 작전별로 달라요. 셀 수 없어요. 바디캠도 있고, 갑자기 휴대폰으로 찍을 때도 있고. 예측이 안 되니까요. 블랙박스도 있고요.

저희 회사에서 편집했는데 서버 용량이 너무 많아서 민폐를 끼쳤어요. 그 정도로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았어요. 편집도 오래 걸리고요.

Q_발제부터 종편까지 과정을 알고 싶어요.

배: “이 사건 찍읍시다”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이 경찰관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촬영을 준비하고 기다린 거거든요. 방송에 안 나간 사건도 많아요.

박: 다른 탐사 보도 프로그램과는 완전 다른 제작 패턴이에요. 권역별 경찰서를 섭외하고 거기서 붙박이로 있다가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부터 찍는 거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배: 어떤 경찰서에서는 한 달 동안 일이 안 터졌어요. 원래 사건 많이 나는 곳인데 갑자기 사건이 안 나요.

박: 저희가 가니까 갑자기 범죄 없는 도시가 됐어요.(웃음) 그런데 저희도 그렇고 형사님들도 그렇고 사건이 나길 바랄 수는 없는 거니까.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 놓인 적도 있죠. 그렇게 기다리다 무조건 다 따라갔죠. 거기에 중간 중간 인터뷰 한 걸 가지고 구성을 해요. 그 많은 분량을 40분에 맞춰야 돼요.

작가 입장에서 큰 도전이었던 게, ‘국가수사본부’에 내레이션이 없어요. “내레이션이 없는지 몰랐다”는 댓글 보고 행복했어요. 내레이션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데 이건 기획 단계부터 ‘논 내레이션’이었어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내레이션이 없는데 작가가 왜 필요하냐고 하세요. 그런데 내레이션이 없으니 작가의 공력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내레이션 없이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정보를 줘야 하고, 감정이 들어갈 때 감정도 줘야 하고, 그런데 순수하게 형사님들 인터뷰로 끌고 가야 하죠. 또 신경을 쓴 게, 현장의 소리에 집중했어요. 형사님들 숨소리, 엘리베이터 내려오는 소리, 바람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등을 내레이션 요소로 생각했어요. 작가들이 정말 어려워했어요. 대본이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게 아닌, 형사님의 이야기와 현장의 소리, 현장에서 확보한 오디오, 음악으로 채워야 했으니까요.

배: 내레이션이 없어서 현장감이 있었고, 그게 장점이었어요.

박: 어떤 프로그램이든 매뉴얼, 레퍼런스가 있는데 저희는 없었어요. 배PD와 제가 제작진들에게 “우리는 길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야, 있던 길을 가는 게 아니야”라고 했는데 나중에 원성이 자자했죠. “길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길이 없으면 안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들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거든요.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작가가 저 포함 총 7명이었는데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냈죠. 작가들이 정말 고생 많았어요.

배: 안타깝게도 같이 가다가 완주를 못한 스태프도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Q_’논 내레이션’ 외에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

박: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죠.

배: 관찰자의 시점으로요.

박: 모든 프로그램에는 이야기의 주체, 시청자, 그 사이에 제작진이 있거든요. 저희는 이 제작진의 부분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제작진의 어떠한 해석과 간섭 없이, 시청자가 그대로 느끼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상황 자막, 설명 자막, 내레이션이 없는 건 그 사실 속에 시청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어요.

Q_영상에 피해자, 피의자들이 등장하잖아요? 반발은 없었나요?

배: 경찰을 따라다니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의 피의자들이 일부 등장하는데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박: 사실 처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피해자나 피의자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지켜야 했고 지켜온 부분이기도 하고요.

배: ‘친절한 이웃’ 편에서 피해자 모녀의 얼굴을 오픈한 데 의문을 가지실 수 있는데요. 당연히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유족의 의사를 충분히 여쭸고요. 원래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었는데, 가서 유가족을 직접 만나 뵙고 방송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얼굴 오픈을) 원하셨어요. 또 피해자를 왜 굳이 가려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잖아요?

박: 유가족 분들이 원하셨던 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모자이크가 되고 피해자가 감형이 돼서 괜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데 대한 우려가 있으셨어요.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고 끝까지 기억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염원도 담겼고요.

Q_많은 분들이 믿고 보는 SBS 교양국 제작진으로서 부담감이나, 특별히 가치를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배: ‘그알’ 한참 제작할 때는 젊었어서 그런지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겁이 좀 나요.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겁이 늘었다는 건, 조심한다는 의미일 수 있잖아요. 저와 가족, 제 프로그램, 제 동료를 위해서요.

박: 겁 없이 덤비는 것 같지만 여러 각도에서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어요. 탐사 보도는 누군가가 다친 이야기를 전하잖아요. 저희로 인해 정의가 실현되길 기대하지만 거기까지 가긴 어렵죠. 이야기를 전하면서 더 이상 누군가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아요.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 웨이브

[막후TALK] 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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