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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 배정훈PD “OTT 좋은 파트너, CP보다 간섭 덜해”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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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한 SBS 배정훈 PD의 OTT 다큐 ‘국가수사본부’가 시사교양 다큐 팬들의 목마름을 달래주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한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상파에서 제일 잘나가는 SBS 교양국에서 처음으로 OTT에 도전한 배정훈 PD가 택한 건 ‘그알’ 팀과는 적대적인 관계일 경찰이었다. ‘그간 왜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을 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기획이 완성되기까지, ‘국가수사본부’에 무엇을 담으려 했고, 또 어떻게 담았으며, 또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지 기획자인 배정훈 PD에게 물었다.

아직 공개될 회차가 절반 정도 남은 상황, 배정훈 PD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출연하신 경찰 분들의 반응을 보고 있다”라면서 “잘 봤다는 긍정적인 말씀이 많으시고,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배정훈 PD 일문일답.

Q_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1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국가수사본부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시기였다. 실제 존재하는 기관인데 무얼 하는 기관이지? 라는 기초적인 질문이었다.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일선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경찰관을 가까이서 봤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한 적은 없었다.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랄까. 절대 다수 일선 경찰들의 수사 업무를 잘 수행하고 계신데 이런 값진 이야기는 전달된 적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경찰의 활약상, 현장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고뇌하는지 다큐 형태로 보여드리고자 했다.”

Q_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제작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최장 6개월 정도. 이런 제작 방식이 처음이었다. 방송이라는 게 정해진 기간 안에 완료를 해야 하는 건데 ‘국가수사본부’는 정해진 기간이 없었다. 처음엔 연락을 주시면 찾아가는 방식이었는데 몇 걸음 늦더라. 해결 과정을 촬영하지 못하는 게 반복됐다.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권역을 묶어서 대기해보자 했다. 사건을 선별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이나 특정 경찰서, 그중 수사 업무에 열의를 보이는 팀으로 들어가 그 스케줄에 맞춰 당직을 서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Q_경찰과 일하며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기본적으로 수사기관과 협업하는 방식이라 그분들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그 이후에 촬영할 때 스태프가 여럿 있지만 찢어져서 촬영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혼자 간다거나, 후배 혼자 보내거나 하는 게 고민되기는 했다. 경찰관 분들과 동행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그런데 5화 수원 남부경찰서 편의 쫓고 있던 피의자가 도주하는 장면이 방송 상에서는 경찰차가 쫓아가는 상황이 나오는데 제작진도 따라가고 있었다. 취재를 하다 보면 ‘멈춰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검거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Q_’그알’을 하며 경찰을 많이 만났다. ‘국가수사본부’ 제작에 도움이 되던가?

“‘그알’을 하면서 경찰들의 생활, 삶, 그런 것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서 그분들의 삶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다큐를 왜 제작하지 않았을까 했다. 기자 사회에서도 용어가 있듯 강력계 형사의 세계에 그들의 용어, 눈높이, 이해 방식 등이 있다. ‘그알’을 제작할 때 소통을 하며 그들의 언어를 알고 있었기에 진입 장면이 낮았다고 생각한다.

Q_피의자의 조사 과정이 방송된 데 이슈가 있었다.

“경찰의 협조가 중요한 프로그램이지 않나. 상호 간 이슈였다. 우리는 당연히 기소 이후 방송을 내보낸다는 게 전제였고, 가급적 유죄 판결이 난 뒤 방송하자고 했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총 12개의 사건 대부분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딱 한 사건, 1, 2화 사건만 1심 재판 중이다.”

Q_사건은 어떻게 선별하나?

“촬영 단계에서 선별하지는 않았다. 촬영 분량이 정말 많다. 촬영 분량 대비 방송 분량은 20분의 1 정도다. 대단히 많은 사건을 촬영했는데, 그 안에서 선별했다. 수사 방식이나 현장성, 고민, 콘텐츠적 요소가 잘 반영된 사건을 골랐다. 촬영할 때는 계속 찍었다.”

Q_OTT 콘텐츠의 보도 윤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콘텐츠로 야기된 일각의 비판은 반갑다. 그런 논의를 많이 안 해봤기 때문에. 무죄 추정, 검거 장면의 상세함이 (시청자에게) 사실 낯설 것이다. 저도 처음 만들어봤기 때문에 어디까지 용인되는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는 않다. 위법하지 않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반영해도 되는 것인가 제작자로서 가지는 질문이다. ‘국가수사본부’를 만들면서 ‘그알’ 등 탐사 보도를 하며 갖지 못했던 소스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 중에서 어디까지 사용하고 하지 말아야 할까 제작진, 법무팀과 많은 논의를 했고, 우리 스스로의 기준점이 논의를 통해 생겼다.

역설적으로 1, 2화를 보면 ‘그알’ 등이 하고 있는 모자이크 방식 이상의 화면 처리를 했다. 사진만 놓고 보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제작진의 고민이 담긴 것이다. 규제가 느슨한 플랫폼이라고 해서 이 화면을 그대로 써도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축적된 결과다. 여러 가지의 가치들, 고민이 녹아있다.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부터 시작되는 장르를 제작하고 시청하는 사람들의 논의가 앞으로도 있기를 바란다.”

Q_제작을 하며 지킨 대원칙이 있나?

“경찰청과도 협의했던, 피의사실 공표 문제, 피해자와 피의자 인권 문제다. 그리고 다른 탐사 보도와 다른 게 우리의 시선이 없다. 보통 탐사 보도는 제작진의 메시지, 시선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자 입장이다. 취재가 아닌 묵묵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범위다.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Q_OTT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경찰이 40만이라고 한다. 이분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 말투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다르다. 그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기획 의도 중 하나였다.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매주 레귤러를 제작하면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중간에 멈춰야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담아보고자 했다. 기소 이후, 유죄 판결 이후에 방영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 역시 마감 시간이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야 해서 다른 플랫폼을 찾아보자 했다.”

Q_제작시 웨이브 측의 간섭은?

“좋은 파트너였다. OTT 플랫폼에서 프로그램 처음 해봤다. 가볍게 말씀드리면 CP 간섭보다는 덜했다. 웨이브라는 플랫폼에도 다큐 장르가 흔치는 않았다. 새로운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Q_갈증이 풀린 부분은?

“과거 취재를 하는 PD로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상당 부분 개입하고 주제넘게 조율하게 된다. 사건에 감정이 생겨 객관성을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달랐다.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도 세심하게 매뉴얼 등 고민을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이 사건에 개입 않고 기록하며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몇 주에 걸쳐 기록하며 보지 않나. 이렇게 거리두기를 하며 다큐를 제작한다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구나 일면 있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이 사안이 어떻게 결론 지어질지 모르고 종료를 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판결을 받는지까지 반영할 수 있었기에 제작하는 사람도, 시청자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을까 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웨이브

[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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