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충격을 안겨준 배우 고(故) 이선균. 삶의 마지막은 조금 얼룩졌을지라도, 그가 명배우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됐으면 한다.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이선균은 지난 27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48세.
의혹의 진위 여부나 사생활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쨌거나 수많은 작품에서 여럿 웃고 울렸던 훌륭한 배우였기 때문.
대한민국에 그만큼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몇이나 될까 싶다. 멜로부터 코믹, 스릴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참된 어른부터 평범한 남편, 악질 경찰까지 어떤 역할이든 소화해 냈다. 진정 ‘팔색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였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때론 감미롭게, 때론 강압적으로 들리는 독보적 무기였다. 또한 스스로 빛나기도, 동료 배우를 빛나게 해주기도 했다. 늘 새로운 변신을 마다 않는 열정도 그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만큼 수많은 감독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이기도 했다.
‘우리 선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옥희의 영화’ 등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함께 했으며, ‘기생충’을 통해 봉준호 감독에게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단역부터 시작해 해외에 이름을 알린 스타가 되기까지, 영화 같은 성공스토리를 써낸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를 응원한 팬들도 많다.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을 시작으로 다수 작품에서 단역, 조연 가리지 않고 출연한 그는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9년 MBC ‘파스타’에서는 “봉골레 파스타 하나~”라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행어를 남기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쩨쩨한 로맨스’,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등 영화계에서도 승승장구,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tvN ‘나의 아저씨’에서는 ‘모두의 아저씨’로서 시청자들에 위로를 안겨줬다. 이듬해는 영화 ‘기생충’으로 첫 ‘천만관객 주연’ 타이틀을 얻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통해 해외에도 이름 석 자를 알렸다.
그렇게 연기 인생 정점을 찍은 그는 2023년에도 SBS 드라마 ‘법쩐’, 영화 ‘잠’, ‘킬링 로맨스’를 통해 기세를 이어갔다. 올해 열린 76회 칸 영화제에 ‘탈출: PROJECT SILENCE’와 ‘잠’ 두 편의 출연작이 함께 초청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재차 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돌아보니 배우로서 정말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난 이선균이다. 앞으로도 선보일 수 있는 연기가 무궁무진했던 배우였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는 아직 정식 개봉하지 않은 두 편의 영화 ‘탈출:PROJECT SILENCE’와 ‘행복의 나라’를 유작으로 남겼다. 현재로서는 언제 어떻게 공개될지 불투명하다. 과연 그의 연기를 다시 보며 추모하게 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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