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군(18)은 학교 친구의 권유로 1학년 때 처음 ‘사다리게임’에 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불법도박의 인연은 좀체 끊어내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마음껏 써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습니다. 친구들과 분식집이나 레스토랑에 가거나 게임 아이템을 사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A군은 이내 도박에 심각하게 빠져듭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도박에 나섰고 그렇게 빌린 돈의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현재 A군이 진 도박빚은 1400만원이 넘습니다.
#2. B군(18)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용돈벌이 삼아 도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베팅 금액과 횟수가 늘어나 친구들과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가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나중에는 채무가 700만원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B군은 늘어나는 채무로 등교를 거부하기까지 했는데요. 이에 B군의 부모님이 대신 채무를 갚아주었으나 B군은 도박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B군은 현재 집을 나와 모텔 등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청소년 도박…검찰 도박계좌 지급정지 추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이 실제 도박 중독 청소년들을 상담한 사례들인데요. 청소년 도박문제는 점차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불법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들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이나 마약배달과 같은 2차범죄로 내몰리고 있는데요.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예치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398만6403명 중 19만562명(4.78%)이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속했습니다. 청소년 100명 중 5명꼴로 불법도박과 관련한 문제에 노출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도박에 철저한 수사와 단속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을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는데요. 지난달에는 법무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대응팀도 출범했습니다.
검찰은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불법도박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불법도박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항을 추가하는 건데요. 대검찰청은 법무부와 추가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한 뒤 입법 예고할 계획입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2011년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정해 계좌 지급정지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제정됐는데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에 따르면, 범죄피해자가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거나 수사기관이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된다며 관련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경우 해당 계좌를 전부 동결할 수 있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약칭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 2023. 11. 17.] [법률 제19418호, 2023. 5. 16., 일부개정]
제4조(지급정지) ① 금융회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거래내역 등의 확인을 통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당 사기이용계좌의 전부에 대하여 지급정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제3조제1항에 따른 피해구제 신청이나 같은 조 제2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지급정지 요청이 있는 경우
2. 수사기관 또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금융감독원(이하 “금융감독원”이라 한다) 등으로부터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된다는 정보제공이 있는 경우
검찰의 이같은 조치는 불법도박을 뿌리뽑기 위한 엄정 대응 기조의 연속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폐쇄가 유일한 제재수단이었는데 사이트는 수시로 다시 개설할 수 있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검찰은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자금줄을 원천차단하는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습니다.
한 청소년 불법도박 전문가는 “사이트 폐쇄나 IP차단은 (불법도박 억제에) 아무 효과가 없다. 사이트가 막히면 IP 1개를 100원에 구해 바로 바꿀 수 있다”며 “자금줄을 원천 차단해야 불법도박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또 계좌 지급정지가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될 가능성에 대비해 수사기관만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의 경우 수사기관 외에도 피해자가 직접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데요. 이를 악용해 계좌 지급정지를 미끼로 협박하는 신종 범죄 사례가 보고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 불법 온라인 도박감시 통합센터 신설
정부는 또 불법 온라인 도박감시 통합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불법도박사이트를 모니터링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오균, 이하 사감위)는 지난 13일 ‘제4차 사행산업 건전 발전 종합계획(2024~2028)’을 확정했는데요. 이번 종합계획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16조에 따라 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불법도박의 근절을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중장기계획의 일환입니다.
이번 계획에는 △불법 온라인 도박감시 통합센터 신설 △방통위 불법도박사이트 전자심의 방안 검토 △불법도박사이트 청소년 이용 확인 시 우선 차단 △도박중독 상담시설 전국 확대 등이 포함되는데요.
정부는 청소년 도박문제위험군이 최근 2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체계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청소년 전담 상담사를 양성해 각 학교별로 찾아가는 도박문제 상담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인데요.
아울러 청소년 도박문제 평가도구를 개발해 맞춤형 치유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청소년 도박문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학교·청소년 센터 등과 연계·확대하고 문제청소년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지원하며 이러한 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시·도 장학관 협의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균 사감위 위원장은 “제4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은 향후 5년 동안 사업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건전화 노력을 유도해 도박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불법도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로 안착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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