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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손님이 확 줄었어요.”
한파경보가 내려진 21일 오후 12시 2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과일·야채 가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갑작스레 몰아친 한파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추위를 막기 위한 비닐 천막을 쳐놨고, 얼어버린 과일은 천으로 덮어져 있다. 패딩에 목도리, 귀마개까지 꽁꽁 싸맨 직원들은 입김을 쏟아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칼국수·가방·옷거리, 호떡 집 등도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마찬가지. 특히 호떡집은 손님들이 3~4m 가량 줄을 서고 기다린 뒤에야 호떡을 살 수 있었지만, 이날은 되려 손님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커녕 가게 주인들은 추위에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칼국수 가게 주인 이모씨(62)는 “보통날이면 오전 6~7시부터 외국인 손님들이 줄지어 찾아오는데, 오늘은 오전 손님이 0명이었다”며 “추워서 손님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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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에 한파특보를 발효 한 가운데 전통시장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 14.3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한낮에도 영하 10도에 머무는 등 강추위가 이어졌다. 이날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2.3도까지 떨어졌다. 특히 충남, 전라 서부, 제주도에는 대설 특보가 내려져 시간당 1~3㎝의 눈이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곳곳의 백화점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마켓을 여는 등 전통시장과는 달리 손님들이 붐비고 있다. 트리와 장식품은 물론, 직원들은 빨간색 옷과 머리띠를 착용하는 등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한 과일이나 제과, 장식소품 등의 패키지와 볼거리 등을 마련했다.
직장인 정모씨(32)는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 동료와 구경하러 왔다”며 “날씨가 추워도 보는 즐거움에 와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파 속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에도 이들만이 줄 수 있는 로컬 감성을 살리면 추위에도 손님들이 끊기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크리스마스 거리를 꾸미는 등 자치단체가 관심을 갖는다면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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