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방송 인터뷰를 위해 처음 접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이다. 세무사란 직업 특성상 기부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부금 세액공제여서 ‘방송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것일까’하고 제도를 살펴봤다. 그런데 이 제도 기부를 하는데 손해 보는 것이 하나도 없는 정말 너무 좋은 제도다. 그야말로 기부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희한한 기부시스템이다. 그 이익을 얻어가기 위한, 그리고 기부하기 위한 기간인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 기부하고 돈 벌어가 보도록 하자.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 원 이하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혹은 해당 지역 상품권)을 혜택으로 주는 제도이다. 여기서 답례품은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답례품은 30%로 설정되어 푸짐한 제공을 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을 확충하고, 기부금을 통해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에 힘쓴다.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문화예술,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기타 주민 복리 증진 등에 기부금을 쓴다. 나아가 관할구역 내 지역 특산품 및 답례품을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져갈 수 있다. 기부자도 지방자치단체도 그리고 답례품 제공하는 지역 기반의 업체도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유사한 제도로 일본에는 ‘고향납세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8년 81억 4천만 엔이 기부금으로 모였었는데 최근인 2021년에는 8302억엔으로 기부금 액수가 무려 102배나 증가하였다고 하니 대한민국에도 이 가슴 따뜻한 기부문화가 자리잡히면 너도나도 기부하겠다는 다양한 기부자가 생길 것 같다.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는 얼마나 적용받을 수 있을까? 10만 원까지는 세액공제 100%, 10만 원 초과액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16.5%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여기서 ‘세액공제’란 즉각적으로 내가 내야 하는 세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올해 연말정산을 통해 3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10만 원 기부를 통해 납부세액이 20만 원으로 줄어든다.
말 그대로 납부세액이 있다면 10만 원 기부하더라도 10만 원을 세액공제 받아서 손해 보는 바가 1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유사한 제도로 정치자금 기부금이 있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30%의 답례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서 3만 원 상당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기부금액에 따른 기부자의 혜택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이런 ‘밑지는 장사’를 진짜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렇게 적용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실제 적용받기 위해서는 유의사항도 같이 확인해야 한다.
먼저 지역주민, 법인, 이해관계자(고용, 업무, 계약, 처분 등으로 재산상 권리, 이익 또는 그 밖의 관계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 불가), 타인의 명의나 가명 기부는 제한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인 개인의 명의로 기부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기부하면 누구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건 아니다. ‘세액공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낼 세금이 있는 사람의 세금을 깎아주는 역할이므로 낼 세금이 없다면 당연히 깎을 세금도 없다.
세금 깎을 필요가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 또는 사업자다. 10만 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업자는 10만 원 이상의 기부를 하게 되면 16.5%의 세액공제가 아니라 사업소득의 필요경비로 인정받아서 경비 처리된다. 본인의 적용 소득세율이 지방소득세 포함하여 16.5% 이상이라면 위의 표에 적힌 혜택보다 더 큰 혜택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연말정산을 적용받을 것이 없는 학생 등 무소득자는 공제받을 세액이 없으므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소득 없는 자녀 이름으로 기부한다면 세액공제는 적용받지 못하고 30%에 해당하는 답례품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서울에 거주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위기브(wegive) 사이트를 통해서 광주광역시 동구청의 광주극장에 지정기부했다. 지역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기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지정해 기부하니 기부자의 기부목적을 더욱 목적 적합하게 실현할 수 있었다.
필자에게 광주극장은 각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20대의 청춘 시절, 광주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보고 밤새 친구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던 아름다운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광주극장에서 본 영화, 그리고 같이 보았던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담긴 광주극장의 보존 및 시설개선을 위한 기부를 한다고 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다.
나아가 답례품으로 예향의 도시 광주 출생 작가님의 판화 작품 및 신선하고 맛있는 한우, 김치 등도 받게 되어 내 소중한 20대의 추억도 지키고 사무실의 허전한 벽을 채워주는 그림 작품과 맛있는 식품을 통한 배부름까지 얻었다. 기부를 모르는 분들에게 말하면 ‘아직 12월’이다.
이장원 세무사(tvN ‘프리한 닥터 -연말정산’ 주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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