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을 극복하고 희망과 의지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생생함 담겨
[이모작뉴스 이지훈 기자] 6.25 전쟁 전후 서울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피난 가는 시민들의 다급한 모습, 포격으로 폐허가 된 서울, 그리고 9·28서울수복 이후 상흔을 극복하고 희망과 의지로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 되살아나는 서울 등, 종군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 故 임인식(1920~1998)의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임인식 기증유물특별전 <그때 그 서울>이 내년 3월 10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인 1945부터 1965년에 촬영된 사진 14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포격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부터 둘러보자. 포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사진 속 명동은 멀리보이는 성당 지붕이 아니면 이곳이 명동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1954년부터 1956년까지 촬영한 항공사진이 전시된 공간으로 이동해본다. 폐허가 된 서울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에 마음이 뭉클하다. 항공사진은 임인식이 신설동 경비행장에서 L-19 비행기를 타고 직접 촬영했다고 한다. 이 사진들은 민간인이 촬영한 최초의 항공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격동기 서울은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불안정한 정부 상태에서 정권 장악 줄다리기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많은 갈등을 낳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삶의 의지는 강렬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시장의 모습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발견한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의 터전을 사진기에 담은 임인식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나들이 장소였던 옛 고궁의 모습도 전시되어 있다. 창경궁 춘당지에서 교복차림에 스케이팅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다. 설경 속 창경궁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 신기하다.
사라진 풍경은 한강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강 종합개발로 사라져 볼 수 없는 한강의 옛 모습은 동시대를 경험한 시니어 세대에게 추억 회상이 될 수 있다. 백사장이 길게 형성된 뚝섬유원지에서 여름철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 겨울철 꽁꽁 언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이 정겹다. 그리고 얼음장수의 느긋함이 익살스럽다.
이밖에 태권도 대회, 야구 대회, 골프 대회, 사이클 경기 등 스포츠 행사와 전국체전 등의 생동감 넘치는 사진도 전시되어 있어 스포츠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이다. 전쟁 후 복구가 시작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여가와 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무엇보다 가회동 골목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미소에는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선견된다.
한편, 종군기자 임인식은 1920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국과 무역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신문물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1944년 서울로 이주하고 용산 삼각지 부근에서 <‘한미 사진 카메라>라는 상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1945년 광복 직후 서울의 풍경, 1947년 대한민국의 정부수립기념식 등 역사적인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1948년 육군사관학교 8기 특별 2반으로 입교해 소위로 임관한 후 6·25전쟁 종군기자로 전쟁 초기 서울시민의 피난 장면, 9·28서울수복 직후 서울의 모습, 1·4후퇴까지 전쟁의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1952년 육군 대위로 예편한 뒤부터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하여 정부 주요 행사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충실히 카메라에 담아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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