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뉴 닮은 이정효 “내 이미지는 나락…그래도 거침없이 인터뷰”
광주는 구단 새 역사…최초 아시아 무대 진출·1부 최다승·최고 순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오늘처럼 거침없이 인터뷰하겠습니다. 이미 제 이미지는 나락에 빠졌잖아요.”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지난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 홈 경기 전 취재진 앞에서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그라운드 위 격전만큼이나 프로축구 K리그 팬들의 주목을 받은 게 이 감독의 ‘입’이었다.
지난 2월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우리나라 정서상 나를 시기하고 내가 안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며 개막도 전부터 ‘작심 발언’을 꺼낸 이 감독은 시즌 내내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FC서울과 2라운드(0-2 패) 직후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고 직접적인 아쉬움을 드러내 그라운드 밖에서 큰 이슈를 낳았다.
당시 안익수 감독과 서울의 축구에 대한 ‘저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와 31라운드 경기에 0-1로 지고서는 단 페스레스쿠 감독의 연봉이 얼마냐고 꼬집었다. 이 역시 강호 전북이 라인을 뒤로 내린 채 ‘실리 축구’를 했다고 저격한 것이다.
이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 축구 팬들은 ‘한국판 모리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인 AS 로마(이탈리아)의 조제 모리뉴 감독과 직설적인 입담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감독이 모리뉴 감독과 닮은 건 인터뷰 스타일뿐만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한국의 모리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선수단 장악력과 지도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광주를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86) 기록과 함께 우승으로 이끈 이 감독은 2023시즌 K리그1에서도 쟁쟁한 1부 팀을 누르고 팀을 3위에 올려놨다.
승격팀으로서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최종 16승 11무 11패의 호성적을 거둔 광주는 구단 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챔피언스리그(ACL)를 최상위 대회인 ACLE와 2부 격인 ACL2로 분리한다.
AFC는 한국에 ACLE 대회 출전권 2+1장, ACL2 출전권 1장을 배분했는데, 대한축구협회가 일단 리그 우승팀(울산 현대)과 FA컵 우승팀(포항)에 2024-2025시즌 ACLE행 티켓을 나눠줬다.
마침 포항이 리그 2위를 차지하면서 차순위인 3위 광주가 ACLE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정효호 광주가 이룬 구단 새 역사는 더 있다. 광주는 통산 1부리그 역대 최고 순위·승수도 동시에 달성했다.
전 시즌까지 광주가 1부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조기 종료된 2020시즌 6위(6승)였고, 한 시즌 최다승은 2016시즌(8위) 기록한 11승이었다.
주장 안영규가 개막 전 ‘도장 깨기’라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광주는 1부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하는 쾌거도 이뤘다.
시즌 초반부터 선전해 ‘돌풍의 팀’으로 인식된 광주에게는 중후반을 넘기자 어느새 ‘좋은 팀’이라는 평가가 따라왔다.
지난 10월 열린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는 울산의 홍명보, 전북의 페트레스쿠 감독 등이 광주를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여러 차례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실 돌풍의 원동력은 짠물 수비다.
광주는 38경기에서 35골만 내줘 전북과 함께 올 시즌 K리그1 최소 실점을 달성했다.
지난해 K리그2를 제패할 때도 수비력이 빛났는데, 2년 연속 최소 실점을 이룬 것이다. 2022시즌 광주는 40경기에서 32골만 실점했다.
이런 수비력 덕에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16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이 16경기에서 광주는 12승 4무를 거둬 승점만 40을 챙겼다. 이 가운데 한 골도 넣지 못한 4경기에서도 실점을 억제해 승점 1씩을 따내면서 3위까지 올라간 것이다.
광주와 함께 올 시즌 승격한 대전하나시티즌도 12승 15무 11패로 5할이 넘는 승률을 보이며 1부에 안착했다. 대전의 최종 순위는 8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무난히 피했다.
반면 지난 시즌 K리그1 6, 7위를 차지해 승강 PO와는 거리를 뒀던 강원FC와 수원FC가 올 시즌 마지막까지 강등을 피하기 위해 다퉈야 했다.
시즌 도중 최용수 전 감독을 경질하고 윤정환 감독을 선임하는 강수까지 뒀으나, 강원은 막판까지 이어진 최하위 수원 삼성과 꼴찌 다툼 끝에 10위(6승 16무 16패)를 차지한 데 만족해야 했다.
K리그2 3위로, PO에서 경남FC를 누르고 올라온 김포FC와의 승강 PO 2경기 합계 스코어 2-1로 웃으면서 어렵게 잔류를 확정했다.
막판 하위권 팀 강원과 수원과 맞대결에서 연패하며 강등권으로 떨어진 11위 수원FC(8승 9무 21패)도 승강 PO로 몰리며 강등의 위기에 처했다.
K리그2 2위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PO 1차전에서 1-2로 진 수원FC는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2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이로써 올 시즌 1부행 티켓은 K리그2 우승팀인 김천 상무에만 돌아가게 됐다. 정정용 감독의 지휘 아래 71골을 폭발하며 역대급 화력을 자랑한 김천은 강등 1시즌 만에 다시 1부로 돌아간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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