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내몰림 방지를 위해 제정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3년 가까이 됐지만, 임대료 급상승을 막는 지역상생구역 지정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건이 까다롭고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2년 4월 처음으로 개별 점포가 아닌 상권 단위 정책지원이 가능한 지역상권법을 시행했다. 지역상권법은 상권 특성에 따라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인과 임대인은 각각 상권 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 감면·재정지원·융자 등을 제공한다.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젠트리피케이션과 구도심 상권 쇠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역상권법 시행 2년 8개월여가 지난 현재 지역상생구역 지정 사례는 전무하다.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되면 상인·임대인·토지소유자 등이 지역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으로 정한 비율 이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유흥업소와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 입점도 제한된다.
반면 자율상권구역은 중기부 상권 활성화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어 경북 김천시, 충북 청주시, 부산 기장군 등 승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수원특례시가 행궁동 행리단길 지역상생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행리단길 최근 3년간 업종별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15% 수준으로, 이대로면 골목상권이 파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부터 본격 착수했지만 언제 지정될 지는 미지수다.
위기에 처한 지역 상인들은 제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상권법은 지역상생구역이 법적 상업구역을 50%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성수동,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상권은 본래 준공업지역·주거지역이다. 제도에서 비껴난 셈이다.
여기에 토지소유주, 임대인, 임차인 모두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하는 조건도 너무 엄격하다고 호소한다. 조건을 완화하거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역상생구역 지원방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 조세 또는 부담금 감면, 건물 개축 융자, 구역 활성화 조사·연구비 등만으로는 상가 건물 소유자의 동의를 못 이끌어낸다”면서 “상권 내몰림은 사회 전체 문제인 만큼 범부처 차원에서 조세 감면 범위 확대, 건폐율·용적률 규제 완화 등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상생구역 동의 기준을 완화하고, 건축기준 특례 등을 담은 지역상권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함께 발의하며 임대료 우회 인상, 상가 임대차 조정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아우르는 입법·제도 보완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역상생구역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상인들과 논의하며 제도 보완사항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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