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미대사 출신이자 미국 외교가와 관계가 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과 주한대사 등 외교사절을 만나는 등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신뢰 회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지연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압박이 계속되면서 국정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한 권한대행은 24일 주한일본상공회의소와 오찬간담회를 갖고 안정적 국정운영 의지와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강조했다. 적극적인 투자 활동도 독려했다. 이번 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다음 주에는 주한중국상공회의소도 만날 예정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한 권한대행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경제, 사회 측면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기업과 외국인, 또 국내 기업과 소통을 통해 우리 경제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강조하고, 경제 회복 의지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교라인도 미국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도 재개됐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미국을 방문해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한 결과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스킨십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폭탄을 예고한 캐나다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카멀라 해리스 등 민주당을 공개 지지했던 팀 쿡 애플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직접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우리나라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마러라고를 다녀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집권 2기 내각과 백악관 인사와의 관계 증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직 트럼프 측으로부터 취임식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정상이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대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혈맹인 우리나라가 빠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신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인은 별도로 초청장을 받았다.
정부는 일단 장관급 대면 협의라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가 원할 경우 한 권한대행과의 만남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1월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도 트럼프 측 인사들과 소통을 계속할 것”이라며 “1월20일 이후에는 가급적 조속히 외교부 장관이든 그런 레벨에서 트럼프 신행정부와 대면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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