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신인류 X세대를 대표하는 가요계 스타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공연의 신’ 이승환이 K-팝 노래들과 아이돌 응원봉이 넘실대는 12월 탄핵정국에 소환돼 화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더로 90년대를 평정했던 서태지는 은퇴 이후에도 몇몇 프로젝트에 등장한 것 외에 ‘은둔의 삶’을 선택해 살아왔다. 그런 그 가 최근 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에 대해 “2025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또 다른 탄핵이라니 시대유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서태지는 24일 오후 소속사 서태지컴퍼니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요즘 7년 만의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하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가 언급한 ‘시대유감’은 서태지와아이들 4집 수록곡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유명한 대표곡 가운데 하나다.
1995년 발매 당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 등을 담은 가사가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에 걸리자 서태지는 항의의 표시로 가사를 뺀 연주곡으로만 앨범에 수록했다. 이후 팬들의 서명 운동을 도화선으로 이듬해인 1996년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됐고, 이 사건은 서태지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서태지는 이날 “우리 팔로(팬을 지칭)들도 집회에 많이 참여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작동하는 응원봉이 있던가요?”라며 “이번엔 특히 20대 친구들이 많이 참여했다는데, 그 옛날 함께 투쟁하던 우리들 생각도 나고, 기특하더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그들을 변함없이 지지해줄 수 있는 삼촌, 이모가 돼 주자”고 덧붙였다.
서태지는 “아직 시국도 어수선하고 갈 길도 멀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따뜻하고 안전한 크리스마스 되기를 바란다”며 “나는 또 돌아올 테니 너무 염려 말고, 모두 아프지 말고, 신나는 25년을 맞이하길”이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회적 현안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발라더’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인 지난 13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촛불 문화제’ 무대에 올라 ‘탄핵 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2019년 검찰개혁 집회 이후로 다시는 이런 집회 안 설 줄 알았는데 노구를 이끌고 나와 심히 유감”이라면서도 “제 나이쯤 되면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이상 집회 무대에 영원히 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 피 같은 돈을 더 기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나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나요’ ‘덩크 슛’ ‘물어 본다’ 등을 열창했다.
최근에는 구미시의 콘서트 불허 방침에 직면했다. 이에 23일 입장문을 내고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란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해 개인의 취향에 관심이 많았던 X세대 뮤지션 2인의 목소리는 가치소비와 개성을 중시하는 MZ의 합창과 세대를 가로질러 공명하며 ‘다만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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