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인 학생들의 건물 점거를 포함한 집회와 게시물 부착 등을 전수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을 점거한 학생들을 고소한 학교가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생 측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권리를 탄압하는 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동덕여대는 23일 학교 구성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에 총장 명의의 공지를 올리고 “교내 건물 불법점거에 의한 수업 방해 및 교수연구실 출입 방해, 관현악과 졸업 연주회 방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는 “우리 대학 규정에 의하면, 학생 단체의 집회는 3일 전에 사전 허가원을 제출해야 하고 게시물의 사전 승인, 규격, 장소, 기간 등을 정하고 있다”며 “불법집회와 불법 게시물에 대해서는 학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그동안 본관 점거를 비롯한 집회, 부착물 등에 대한 모든 것들을 조사하고, 앞으로도 유사 사례가 있으면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난 11월부터 현재까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한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전수조사해 규정을 위반한 학생들을 처벌하겠다는 셈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고소한 이후 집단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처벌하기 위해 시행하는 첫 조치다. 현재 학교 측은 본관을 점거하고 있던 학생 21명에게 공동재물손괴와 공동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본관 점거를 포함해 구호·노래 제창, 근조 화환 설치, 학과 잠바(과잠) 시위 등의 업무방해 행위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북부지법에 제출한 상태다.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이번 조치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행위일뿐더러, 집회와 대자보 부착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학교 규정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반발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24일 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학내 행사들은 규정에 따라 학교의 허가를 받아왔지만, 시위 성격의 집회는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해 온 경우들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헌법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헌법을 위반하는 회칙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가 언급한 학내 규정은 일반적인 홍보 포스터를 일컫는 것이다. 학생들의 대자보를 규제하는 회칙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대자보가 불법이라면 이번 사태에서 교수님들이 붙인 대자보들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뜻인가. 학교의 주장은 너무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재학생 및 졸업생들도 이날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는) 전국적으로 끊임없는 연대와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을 억압하는 것이 정녕 부끄럽지 않느냐”고 규탄했다. 동덕여대 재학생 A 씨는 대독을 통해 “더 깊고 다양한 지식과 서로에 대한 존중, 민주주의에 대한 배움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학교는 지금 학생들을 맹목적이고 무조건 순응하는 존재로 양성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목소리는 밟힌다고 약해지지 않는다. 밟힌 목소리는 비명이 될 것이고, 우리의 비명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학교의 문제를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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