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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데스의 주류 혁명… 글로벌 칵테일 판도 바꾸는 피스코

조선비즈 조회수  

30년 전만 해도 피스코를 그냥 콜라에 타서 마시는 게 전부였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저기 보이시나요?

지난달 2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벨라비스타 지역의 한 바. 호세 미겔 바텐더가 카운터 뒤 진열장을 가리켰다. 150여 종 다양한 술이 진열된 그곳에서 투명한 병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칠레의 ‘국민주’인 증류주 피스코다.

“요즘은 손님 열 명 중 일곱은 피스코 베이스 칵테일을 주문해요. 특히 외국인들이 피스코에 관심이 많죠. 전통적인 피스코 사워부터 새로운 시그니처(대표) 칵테일까지, 피스코는 정말 다재다능한 술이에요.”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한 대형마트. 피스코 전문 코너에서 소비자가 피스코를 고르고 있다. /유진우 기자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한 대형마트. 피스코 전문 코너에서 소비자가 피스코를 고르고 있다. /유진우 기자

이날 저녁, 바를 찾은 방문객들 대부분이 피스코 칵테일을 주문했다. 전통적인 피스코 사워나 피스콜라부터 바텐더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레시피까지, 피스코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도화지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피스코가 칵테일 베이스로 특별한 이유요? 바로 이 향 때문이죠.”

호세가 등 뒤 진열장에서 피스코 한 잔을 따라줬다. 잔을 코끝에 가져다 대자 포도가 뿜는 은은한 향과 함께 미묘한 꽃향기가 느껴졌다. 감자로 만든 보드카처럼 중성적이지만, 그보다 훨씬 풍부한 과실 향이 피스코가 가진 특징이다.

“피스코는 증류주이면서도 원료인 포도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게다가 알코올 도수도 35~45도 정도라 칵테일 베이스로 쓰기에 적절하죠. 진이나 보드카처럼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럼처럼 캐릭터가 확실한 술이에요.”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바텐더 알렉스 프레토는 칠레 피스코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피스코는 다른 증류주와 달리 ‘친근한 개성’을 가졌다”며 “과일 베이스 칵테일에 특히 잘 어울리는데 특히 저도수, 프리미엄 칵테일 트렌드가 강해지는 최근 추세와도 잘 맞아 바텐더들 사이에서도 피스코 잠재력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피스코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칠레 피스코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500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과 유럽 프리미엄 바에서 피스코는 칵테일 베이스(기주·基酒)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칵테일은 베이스로 어떤 술을 쓰느냐, 흔들어 만드느냐 저어서 만드느냐, 어떤 향을 더하고 빼느냐, 가니쉬(고명)로 무엇을 올리느냐에 따라 인상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능수능란한 바텐더는 의도적으로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계속 맛과 향이 달라지는 칵테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가 섞이는 시간차를 이용하거나, 향이 잘 퍼지는 온도까지 계산하는 치밀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바텐더들이 피스코를 좋아하는 이유는 실험이 쉽기 때문이에요.”

미국 댈러스 유명 바 데스 앤드 코 수석 바텐더 필 워드는 조선비즈에 “보드카는 너무 밋밋하고, 진은 너무 주니퍼 향이 강하다. 하지만 피스코는 그 중간이다. 충분한 캐릭터가 있으면서도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루기 쉽다”고 말했다.

헤수스 산체스 라 프로헤라 매니저가 피스코로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유진우 기자
헤수스 산체스 라 프로헤라 매니저가 피스코로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유진우 기자

칠레 산티아고 현지 바 라 프로헤라는 칠레 현지인들이 즐기는 피스코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바에서는 테레모토(Terremoto·지진)라는 피스코 칵테일을 판다. 피스코에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든 독특한 칵테일이다.

헤수스 산체스 라 프로헤라 매니저는 “관광객들은 피스코 사워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마시는 걸 더 좋아한다”며 “피스코는 유연해서 이런 실험적인 시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피스코가 거둔 성공은 국내 소주 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소주 역시 피스코처럼 중성적인 특성을 가진 증류주다. 다만 아직 글로벌 칵테일 시장에서는 제한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

마크 리 국제바텐더협회(IBA) 아시아 담당은 조선비즈에 “한국 소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피스코처럼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와 품질 표준화, 그리고 칵테일 문화와 적극적인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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