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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입틀막’… 고소·고발에 고통받는 사람들

미디어오늘 조회수  

▲ 윤석열 대통령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내역.  디자인=안혜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내역.  디자인=안혜나 기자.

“계엄선포 즉시 뉴스타파 피고인 세명은 짐을 싸서 집을 나섰습니다. 계엄군 언론인 체포 1순위일테니까요.” “편집국장, 부장과 함께 급히 피신했었습니다. 긴급 체포 대상 1순위였을 테니까요.” 지난 12·3 비상계엄 직후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가 각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판한 언론인들에겐 어김없이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이례적인 사건이어야 할 언론인 압수수색은 빈번해졌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수사기관을 동원한 ‘언론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례없는 고소·고발과 수사, “검찰권 사유화한 언론탄압”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를 냈다가 고소·고발 당하거나 수사를 받은 언론인이 소속된 매체는 14곳에 달한다. 경향신문, 뉴스버스, 뉴스타파, 뉴스토마토, 리포액트, 서울의소리, 한겨레, 한국일보, CBS, KBS, MBC, TBS, JTBC, UPI뉴스 등이다. 

이전 정부 때도 정부비판 보도에 고소·고발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3년도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수사가 잇따른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사유화해 보복한 언론탄압”이라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보도가 나오면 검경을 동원해 탄압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주요 국면마다 어김없이 언론을 향한 압박이 뒤따랐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특별수사팀이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에서 꾸려지면서 대대적인 언론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팀이 꾸려진 직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뉴스타파 보도를 가리켜 “사형이라도 해야 할 만큼 중대범죄”라고 했다. 

직후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민주화 이후 언론사 대표에 대한 초유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김용진 대표는 “공권력이 (압수수색으로) 뉴스룸과 기자들을 짓밟고 들어올 때 실감이 나더라”라며  “형사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도 이렇게 다루는데 일반인에겐 얼마나 가혹하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에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벌인다. 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의혹을 방송에서 ‘인용’했다는 이유로 KBS 최경영·주진우, TBS 김어준·신장식 등 라디오 진행자를 향한 명예훼손 고발도 이어간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 임성근 구명에 VIP가 연루됐다는 JTBC의 보도에도 어김없이 국민의힘의 고발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에 기자 이름을 9번이나 언급하며 압박했다. 김지아 JTBC 기자는 “기자 실명을 거론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위축됐던 상황을 전했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지난해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지난해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소리도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국민의힘 등의 고발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김건희 여사가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한겨레 보도에는 성명불상자가 고발에 나섰는데 훗날 국민의힘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선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한국일보와 뉴스토마토 보도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고발에 나섰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 관련해선 외교부의 정정보도청구 소송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고발이 뒤따랐다. 

고발은 주로 여당이나 보수단체가 맡았지만 대통령실과 교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대통령실이 나서서 집회를 사주하거나 단체를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대통령실이 관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이 시민단체를 사주해 MBC를 고발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뉴스타파 보도 심의 과정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이 심의 민원을 대대적으로 작성한 사실이 공익제보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 MBC는 물론이고 공익제보자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다.  

시민들을 향한 수사도 이어졌다. 가수 백자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올리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가 이례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고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설 풍자 짜깁기 영상을 만든 제작자뿐 아니라 유포자들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 언론노조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콘텐츠 최초 작성자 압수수색 모습.
▲ 언론노조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콘텐츠 최초 작성자 압수수색 모습.

탄핵국면 직전까지 수사개시… 장기간 수사 이어지기도

최근까지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심기경호로 보이는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 11일 한겨레가 윤 대통령의 허위 출근 의혹을 보도해 주목받았는데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한겨레 기자들은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됐다.

정환봉 한겨레 팀장은 “우리팀 기자가 11월11일 대통령 관저 근처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취재했다”며 “경찰이 취재진에게 오더라. 다음 날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저희가 알기로는 건물주는 고소 의사가 없었다. 11월27일 첫 경찰 조사가 있었는데, 다음 날 바로 검찰로 송치했다. 의견서를 추가로 내려고 했는데도 검찰로 넘겨버렸다”고 했다. 

▲ 지난 10월 21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 지난 10월 21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건조물침입 혐의는 계엄 직전 윤 대통령의 군 골프장 이용 사실을 보도한 CBS에도 적용돼 내사가 이뤄졌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기자가 찍을 수 있는 것이지 이걸 갖고 수사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정부의 언론관이 편협하고 적대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수사가 장기간 이어져 당사자들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뉴스토마토 등에 대한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이효상 경향신문 기자는 “2021년에 기사를 썼는데, 2년이 지나서 압수수색을 하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게 어이가 없다. 이번 수사는 상식에도 안 맞다”고 했다.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기소된 상태에서 담당 검사가 수차례 변경됐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압박은 당연히 느껴진다”며 “천공 기사로 대통령실 기자단에서 쫓겨났는데, 회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이어질까 걱정이 컸다”고 했다.

방심위 공익제보자 탁동삼 연구위원(당시 팀장)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 압수수색 이후 10번째 조사다. 반면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과잉·불법 수사 소지 다분

“검찰을 취재할 때와 당해보는 건 완전히 다르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말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검찰은 ‘노트북’이 압수 대상이 아님에도 노트북 3대를 압수했다. 한 대는 전원이 켜지지 않자 현장에서 분해한 다음 하드디스크만 빼내 전자정보를 가져갔다.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도 있다. 

압수수색 범위 자체가 과도하기도 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15년 전 취재 기록과 사진까지 압수수색 당했다. 한상진 기자는 저서 「압수수색」을 통해 “내 몸이, 내 일상이, 내 기자 인생이 낯선 무대에 까발려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언론인들의 스마트폰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통째로 저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업무용 PC를 압수당했고, 파일이나 카카오톡·텔레그램 데이터를 가져갔다”며 “디지털 정보에 모든 것이 담겨있는 세상이다. 무리한 압수수색”이라고 했다.  

▲ 경찰 수사관들이 지난 1월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수사관들이 지난 1월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무리한 압수수색은 언론인과 시민들에게 ‘고통’으로 남았다. 이효상 경향신문 기자는 “명예훼손 수사는 보통 형사부에서나 하는데, 특수부가 나섰고 언론인 자택까지 강제로 수사했다. 말도 안 된다”며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감정과 함께 겁도 났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는 주거지에서 PC 사본과 스마트폰을 압수당했으며, 수사와 포렌식 참관 등으로 검찰을 10여 차례 방문해야 했다.

탁동삼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 때 오늘은 경찰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며 “(압수수색) 순간이 계속 잔상이 남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집과 사무실PC는 물론이고 휴대폰, 태블릿, 포털 정보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현재 3개월째 포렌식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 손봐야

이희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언론 겁박용”이라고 비판한 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더라도 대리 고발을 할 수도 있다.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변경하는 등 권력자의 악용 방지를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은 제3자의 고발에 쉽게 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어 고소·고발이 남발된다는 지적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명예훼손 행위의 형사범죄화 자체가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며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는 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압수수색, 구속 등의 과도한 수사를 하며 사회의 각종 비판적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UN은 2015년 한국 정부에 명예훼손 비범죄화와 함께 명예훼손에 따른 징역형은 적절한 형벌이 될 수 없다고 권고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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