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하(Moka Lee)의 덧칠은 미묘하다. 긴장감이 온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감정을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언어로 화폭에 담아냈다. ”
이목하가 덧칠하며 그려낸 청춘의 얼굴은 미묘해 긴장감이 맞선다. 다가선 화면은 평평하지만, 여러 겹의 레이어가 중첩된 결과물로서 심도와 색감이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희끄무레한 듯 아득한 톤의 화면과 빛바랜 사진 같은 독창적 화풍 탄생이 감질난다. 그의 그림에 아련함이 느껴진다는 것은 뭔가 슬프기도, 우울하기도 하다. 화면 속의 인물들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다.
여성들의 연출된 자화상, 페르소나의 순간으로 채워진 그의 작업은 행복과 불안이 교환된다. 이는 천 위에 걸쳐 얹힌 것 같은 유화 특유의 먹먹함이나 탁함보다는 종이 위 물 빠짐 현상이 연상된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내러티브가 흠뻑 스민다. 마치 이면에 뒷이야기가 있을 것처럼,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여운이 있다.
모호함을 부른다. 멀리서는 사진이라고 생각되지만 가까이 보면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리고 난 후에는 작품이 캔버스인지 종이인지도 알 수 없도록 만든다. 이중성으로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방법은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을 새롭게 하고 신선함을 유지하게 만든다. 그의 회화작품은 사소한 주제를 정교한 기술로 다루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지함과 가벼움을 호흡한다. 현실보다 더 크게 그려진 그림 속 인물들은 동시대 여성이며 연출된 서사 속에서 인물은 도발과 침착성, 아름다움과 강렬함, 순수와 타락을 동시에 엿보게 한다. 이러한 동일 대상에 대한 상반된 태도 그리고 존재하는 양가적(兩價的) 감정은 이목하 작업의 전작에 걸쳐 표현된다.
이목하는 희열과 좌절이 뒤엉킨 동시대 청춘의 초상을 그린다. 이름도 상황도 모르는 사진에 담긴 서사와 감정을 포착해 화폭에 펼친다. 작가의 주 영역은 가장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초상화, 그것도 SNS에 올라온 모르는 사람들의 사진을 그린다. 특유의 명암과 그림자가 기쁨, 불안, 환희 등의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분위기도 각별하다. 카메라를 당당하게 응시하거나 활짝 웃는 익명의 인물 표정과 행동만 보면 그저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회화는 화면 너머에 도사린 젊음의 불안을 동시에 머금는다. 겹겹이 쌓이는 유채를 통해 빛이 바래고, 조리개가 담지 못한 그늘 속 어둠은 붓 자국만이 횡행한 추상으로 남는다. 혼탁한 색감은 화면의 과장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인물의 솔직한 정서를 자아내는 장치다. 선분과 색 면으로 추상화된 어둠은 개인을 소외시키는 사회를 은유한다. 행복과 불안, 수용과 저항, 그 어느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이목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청춘은 모순적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이미지를 빌리면서 작가는 특별한 회화기법으로 동시대적 심리를 파악해 그녀만의 서사를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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