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 GT는 2004년 출시 당시 여러 서킷을 정복하며, 엔초 페라리(Enzo Ferrari)와 함께 당대 최고의 슈퍼카로 자리 잡았다. 날렵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특유의 디자인에 많은 스포츠카 팬이 매료되었고, 1,270대라는 한정 수량과 5.7L 자연 흡기 V10 엔진, 6단 수동 변속기 등의 최고 사양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증명하듯, 출시 후 20여 년이 지났으나 자동차 경매 시장에서 약 80만 달러(한화 약 10억 5천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익조틱(Exotic) 자동차 경매 시장에서는 2020년 이후 경매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카레라 GT가 2019년 8월 서스펜션 조인트 내구성 문제가 발견된 이후, 2023년 4월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 675대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의 약 53%가 리콜 대상이 되었는데, 여전히 높은 희소성을 가지는 이유는 포르쉐가 리콜 이후 구매자와 스포츠카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만한 대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부품은 기본, 타이어까지 교체
먼저 리콜 대상 차량은 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소재로 제작된 새로운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하였으며, 차량 구매자에게는 한화로 약 427만 원 상당의 서비스 크레딧을 제공하여, 이후 카레라 GT에 발생하는 노후 부품 교체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포르쉐는 타이어를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카레라 GT 출시 당시 장착된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PS2’로, 차량의 초고성능 사양에 맞추어 개발된 OE 타이어(Original Equipment Tire)였다. 이후 2013년 타이어 기술을 향상하여 두 번째 전용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를 출시하였으나, 리콜 사태 이후 성능을 더욱 강화한 세 번째 전용 타이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N-Spec’를 개발, 이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는 당시 리콜의 원인이 서스펜션 조인트 문제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해당 부품은 주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차량이 최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포르쉐는 차량의 안정성과 성능을 완벽하게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타이어를 개발∙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타이어 개발로 성능 오히려 향상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N-Spec은 고속 주행, 짧은 제동거리에도 견딜 수 있도록 두 가지 다른 고무 화합물을 사용하여 접지력과 내구성을 강화한 타이어로, 노면의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새로이 개발된 전용 타이어는 카레라 GT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포르쉐의 명성 유지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는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포르쉐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는 요르그 베르그마이스터(Jörg Bergmeister)에 의해 증명되었는데, 자동차 전문 매체 ‘스포츠 오토(Sport auto)’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최근 업로드된 영상에는 독일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서킷의 가장 유명한 구간이자 세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레이싱 트랙 중 하나라고 인정받는 Nordschleife(노르트슐라이페)에서 주행한 결과, 랩 타임이 크게 개선하였다.
이날 요르그는 동일 모델의 기록보다 약 20초를 단축하며 새로운 랩 타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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