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하면서 그렇게 맞아 본 건 처음이었다.”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에게 서울 고척스카이돔 신고식은 아찔하면서도 악몽과도 같았다. 4월5일 고척 히어로즈전서 역사상 최악의 투구를 했다. 4⅓이닝 9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4회까지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다 5회 들어 7타자 연속 피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7타자 연속 피안타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연속 피안타이며, 9실점도 자신의 한 경기 최다실점이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렇게 류현진의 생애 첫 고척돔 등판이 최악으로 끝났다. 이날로 평균자책점이 8.36까지 치솟았다. 결국 3.87까지 내리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3점대 진입 과정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28경기서 158⅓이닝, 10승8패로 복귀 첫 시즌을 마쳤다.
미국 생활을 접고 돌아오면서 겨울에 개인훈련을 아주 충실하게는 못 했다는 점, 컨택 위주의 한국 타자들의 성장, 12년만에 돌아온 류현진이 KBO리그에 상대해본 타자가 거의 없는 실정 등 여러 환경이 류현진을 괴롭혔다. 그래도 10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류현진은 최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그날의 심정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류현진은 “야구하면서 진짜 그렇게 맞아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또 잘 맞은 것도 몇 개 없었다. 다 코스 안타, 땅볼 안타였다. 9연속 안타(실제로 7연속 안타)를 맞다 보니…중간에 하나라도 빵!(홈런을 의미) 이렇게 맞았으면 좀 괜찮은데(주자 없이 다시 시작하니까) 코스안타로 9개를 맞고 7점인가 8점을 줘버리니”라고 했다.
3월23일 공식 복귀전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 패전, 3월29일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서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 노 디시전에 이어 고척돔 참사까지. 꼬여만 가던 류현진의 시즌 초반이었다.
류현진은 웃더니 “내가 생각한 건 이 그림이 아닌데,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일단 개막전부터 그게 아니었다. 깔끔하게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가야 했는데…3이닝에 80개씩 던지고 그랬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 답게 끝내 돌아온 게 더 놀랍다는 반응도 많다.
류현진은 올해 12년만에 돌아왔다. 제작진에서 그동안 안 붙어본 KT나 NC 다이노스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어땠는지 물었지만, 이대호가 우문현답 했다. 자신도 일본과 미국을 거쳐 5년만에 KBO리그에 돌아오니 타자들 면면이 너무 바뀌어서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분석했다고 털어놨다. 12년만에 돌아온 류현진은 하물며 말할 것도 없었다. 다시 전력분석을 해서 들어갔지만, 쉽지 않았다.
반면 국내 타자들은 류현진을 상대해보지 않아도 그동안 노출된 데이터, 영상을 위주로 철저히 준비해왔다. 이대호는 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속지 않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국내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진짜 좋아졌다”라고 했다.
류현진도 전력분석을 직접 한다고 털어놨다. 과거엔 포수에게 볼배합을 전적으로 맡겼지만, 전력분석을 직접 한 이후 자신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고 했다. 올 시즌 피치컴 송신기를 직접 착용하고 투구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진짜 저력은 내년에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년간 적응기를 보냈으니, 내년엔 좀 더 정교한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도 내년까지 해보면 자신에게 강한 타자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선발투수라면 경기당 100구 이상, 시즌 30경기에 나가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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