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재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법안을 보완해 세 번째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법안 논의를 시작한다. 24일 오전 기준 이훈기, 최민희, 황정아, 박민규, 한민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훈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양대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사회 추천 주체는 △국회 교섭단체(3인) △방송·미디어 학회(3인) △시청자위원회(2인) △교섭대표노조(3인) △방통위(2인) 등이다. 학회 가운데 한 곳은 지역방송 관련 학회에 추천권을 부여하고, 방통위 추천 2인은 방통위원 5인 전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사의 자격으로 관련 업계, 학계 등 경력 조건도 넣었다.
사장 선임 때는 100~200명 규모의 추천위원회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을 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우 지분을 매각하려 할 때도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도록 했다.
최민희 의원의 법안도 양대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국회 교섭단체가 5명씩 추천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3인을 추천한다. 사장 임명시에는 특별다수제와 결선투표 등 절차를 거친다. ‘내부 구성원’ 추천 몫은 ‘임직원 과반수 이상이 방송 전문성과 방송 보도, 제작, 기술 등의 직종 대표성을 고려해 추천하는 사람’ 3인이 뽑는다.
이밖에도 한민수 의원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국회가 맡도록 했다. 노종면 의원 법안은 주요 직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점이 특징이다. KBS는 주요 종사자 임명시 구성원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임명동의제를 일방 파기해 논란이 됐다. 황정아 의원 법안은 KBS 사장의 경우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해임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당뿐 아니라 유관 학회, 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사를 21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두차례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이훈기 의원은 “기존 방송 4법에 언론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된 형태의 법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선 지난해 통과된 법안 내용 가운데 특정 종사자단체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반발해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로지 방송노조 중심의 PD, 기술직, 기자들 아니냐. 이 자체가 위헌적이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새 법안들이 종사자 추천 몫의 특정 단체를 명시하지 않는 등 개선안을 냈지만 이번에도 여당이 불참한 채로 입법이 이뤄지면 반쪽짜리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우원식 의장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범국민협의회를 꾸리려 했으나 여야가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반쪽’ 출범했다.
언론현업 7단체(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도 우원식 의장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0월28일 △연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강화할 방송법 개정안을 도출할 것 △합의제 기구의 기능과 위상을 상실한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개편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 △연내 방송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을 통해 반복되는 방송장악 논란을 종식하고 여야 정치권 모두 언론인들과 진지하게 소통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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