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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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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ieu Blazy
Matthieu Bla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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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의 왕좌에 올랐다. 전임자 버지니 비아르가 사임한 이후 수많은 이름이 후보로 오르내리며 모두를 궁금하게 만든 그 자리, 새로운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의 주인공은 보테가 베네타의 4년 차 수장 마티유 블라지였다. 지난 1년 사이 거대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연달아 이동하며 일으킨 일대 파장에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 소식이었다. 이동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알렉산더 맥퀸을 떠난 사라 버튼은 지방시에 합류했고, 에디 슬리먼은 7년 동안 함께한 셀린느와 작별했다. 폴로 랄프 로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이클 라이더가 곧바로 에디의 빈자리를 차지했고, 킴 존스는 펜디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렌조 세라피티가 알베르타 페레티를 지휘할 거란 뉴스와 존 갈리아노가 마르지엘라를 떠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인사 이동을 중심으로 무성한 소문이 거품처럼 자라났다. 온갖 추측은 단톡방을 비롯해 패션계 가십을 다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겨나고 무럭무럭 커져 나갔다. 과연 조너선 앤더슨은 로에베를 떠날까? 킴 존스가 떠난 펜디에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합류하지 않을까? 지금도 패션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톱 디자이너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자리를 옮기는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기는 뒷말도 늘 무성했다. 1983년에 샤넬을 이끌게 된 칼 라거펠트도 부정적인 반응을 견뎌야 했다. 당시 〈WWD〉는 라거펠트에 대해 ‘샤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 많이 했고, 해야 할 것은 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라거펠트 역시 1997년 25세의 스텔라 매카트니가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것을 두고 “스타가 될 만한 인물이다. 패션이 아니라 음악 신에서”라며 가시 돋친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지금과 과거의 다른 점은 아찔한 속도에 있다. 라거펠트가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보낸 기간은 36년, 후임자인 버지니 비아르는 단 5년이다. 지난 3월 블루마린과 월터 키아포니는 한 시즌 만에 이별을 고했고, 그가 떠난 이후 블루마린은 단 4개월 만에 후임자 데이비드 코마를 임명했다. 과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평생 직장’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극단적으로 유연한 고용과 해고가 가능해진 것. 무엇이 패션 신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디지털 문화의 가속화와 소셜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적나라할만큼 직접적인 댓글과 채팅은 디자이너의 이직을 부추기고, 경영진도 온라인의 반응이 미지근하면 망설임없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다. 문제는 새 인물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현실. 패션계 신예들을 조명하는 플랫폼 〈1 그래너리(1 Granary)〉 편집장 올라 쿠리슈크는 “끊임없는 변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패션계는 새로운 인물이 오자마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길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더 빨리,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은 패션계 안팎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kim jones
kim jones
Sea´n McG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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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paolo Piccioli
Pierpaolo Piccioli
Hedi Slimane
Hedi Slimane

패션계 내부에 미치는 영향

Walter Chiapponi
Walter Chiapponi

Walter Chiapponi

Alessandro Michele
Alessandro Michele

Alessandro Michele

얼마 전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의 왕좌에 올랐다. 전임자 버지니 비아르가 사임한 이후 수많은 이름이 후보로 오르내리며 모두를 궁금하게 만든 그 자리, 새로운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의 주인공은 보테가 베네타의 4년 차 수장 마티유 블라지였다. 지난 1년 사이 거대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연달아 이동하며 일으킨 일대 파장에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 소식이었다. 이동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알렉산더 맥퀸을 떠난 사라 버튼은 지방시에 합류했고, 에디 슬리먼은 7년 동안 함께한 셀린느와 작별했다. 폴로 랄프 로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이클 라이더가 곧바로 에디의 빈자리를 차지했고, 킴 존스는 펜디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렌조 세라피티가 알베르타 페레티를 지휘할 거란 뉴스와 존 갈리아노가 마르지엘라를 떠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인사 이동을 중심으로 무성한 소문이 거품처럼 자라났다. 온갖 추측은 단톡방을 비롯해 패션계 가십을 다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겨나고 무럭무럭 커져 나갔다. 과연 조너선 앤더슨은 로에베를 떠날까? 킴 존스가 떠난 펜디에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합류하지 않을까? 지금도 패션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톱 디자이너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자리를 옮기는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기는 뒷말도 늘 무성했다. 1983년에 샤넬을 이끌게 된 칼 라거펠트도 부정적인 반응을 견뎌야 했다. 당시 〈WWD〉는 라거펠트에 대해 ‘샤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 많이 했고, 해야 할 것은 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라거펠트 역시 1997년 25세의 스텔라 매카트니가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것을 두고 “스타가 될 만한 인물이다. 패션이 아니라 음악 신에서”라며 가시 돋친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지금과 과거의 다른 점은 아찔한 속도에 있다. 라거펠트가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보낸 기간은 36년, 후임자인 버지니 비아르는 단 5년이다. 지난 3월 블루마린과 월터 키아포니는 한 시즌 만에 이별을 고했고, 그가 떠난 이후 블루마린은 단 4개월 만에 후임자 데이비드 코마를 임명했다. 과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평생 직장’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극단적으로 유연한 고용과 해고가 가능해진 것. 무엇이 패션 신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디지털 문화의 가속화와 소셜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적나라할만큼 직접적인 댓글과 채팅은 디자이너의 이직을 부추기고, 경영진도 온라인의 반응이 미지근하면 망설임없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다. 문제는 새 인물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현실. 패션계 신예들을 조명하는 플랫폼 〈1 그래너리(1 Granary)〉 편집장 올라 쿠리슈크는 “끊임없는 변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패션계는 새로운 인물이 오자마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길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더 빨리,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은 패션계 안팎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

Louise Trotter
Louise Trotter

Louise Trotter

Sarah Burton
Sarah Burton

Sarah Burton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시작된 하우스의 변화는 우리가 찾는 매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퍼스낼러티를 숭배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현명한 구매 방법 중 하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따라가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고객들은 올해 초 발렌티노 팬층의 일부가 됐고, 에디 슬리먼의 추종자들은 셀린느의 뒤를 이어 어디든 그를 따라갈 것이다.

John Galliano
John Galliano

John Galliano

Virginie Viard
Virginie Viard

Virginie Viard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샤넬과 에르메스 등 네임 밸류가 꾸준히 유지되는 브랜드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리 우즈는 “방향을 너무 많이 바꾸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자신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지나치게 각인시킨다면 결국 그 브랜드의 상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OTB(디젤,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등을 소유)와 같은 패션 그룹을 살펴보세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자신의 역할에 잘 정착해 현대적이면서도 본질에 충실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브랜드 정체성 사이에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브랜드는 더 많이 있다. 베리 우즈는 질 샌더의 듀오 루시와 루크 마이어, 라반의 줄리앙 도세나를 각각 7년과 11년간 브랜드를 유지해 온 성공 사례로 꼽았다.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 에르메스의 여성복 디렉터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가 이 목록에 추가될 수 있고 각자 브랜드에서 10여 년째 활동 중이다. 또 1987년부터 2005년까지 막스마라를 맡아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를 꼽을 수도 있겠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동 현황



2022.11 알레산드로 미켈레 7년 만에 구찌를 떠남
2023. 9 사라 버튼 20년 만에 알렉산더 맥퀸을 떠남
2023. 10

션 맥기르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 케메나 카말리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03 발테르 키아포니 한 시즌 만에 블루마린 사퇴 /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10년 만에 발렌티노를 떠남
2024. 04 알레산드로 미켈레 발렌티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05 베로니카 레오니 캘빈 클라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06 버지니 비아르 샤넬 아티스틱 디렉터 사임 발표
2024. 07 데이비드 코마 블루마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09 사라 버튼 지방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10 에디 슬리먼 7년 만에 셀린느를 떠난다고 발표 / 킴 존스 4년 만에 펜디를 떠났지만 디올 남성복에는 잔류 / 로렌조 세라피니 알베르타 페레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2024. 12 존 갈리아노 마르지엘라를 떠남 / 마티유 블라지 보테가 베네타에서 샤넬로 이적 / 루이스 트로터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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