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우진 선배님은 토종 선발 탑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2023시즌을 마치고 리빌딩 모드로 돌변, 주축들을 팔고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싹싹 긁어모으는 건, 궁극적으로 젊고 강한 팀,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고 싶어서다. 사실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23년에 진심으로 대권을 노렸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니, 적기로 여겼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끝내 최하위로 수직 추락했다. 이정후가 발목을 다치고 안우진마저 토미 존 수술 판정을 받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그때부터 구단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는 후문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더 준비를 해야 하는 구나’라고. 물론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부상자가 많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팀의 체질과 뎁스가 약하다고 절감했다. 외부에선 선수 잘 뽑고 잘 키운다고 평가하지만, 막상 안우진과 김혜성을 이을 젊은 간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또 신예들에게 기회를 많이 줬지만, 막상 기량이 생각한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키움은 무섭게 움직였다. 고형욱 단장은 본래 신인, 외국인 스카우트를 깊숙하게 체크하지만, 신인드래프트 전략을 더 꼼꼼하게 짰고 외국인 리스트 관리도 더욱 철저하게 한다는 후문이다. 특히 투수들이 부족하다고 판단, 지난 2년간 신인드래프트서 투수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아울러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베테랑들을 저렴한 자격에 모았다.
이미 알려진대로 2025 신인드래프트 1순위에 정우주(전주고)를 사실상 점 찍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에서 정현우(덕수고)의 장점과 실링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두 사람이 다른 시기에 드래프트에 나오면 무조건 둘 다 1순위. 결국 키움은 장고 끝에 정현우로 선회했다. 이 정도의 완성형 좌완 파이어볼러는 앞으로 거의 안 나올 것이라고 봤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인 안우진이 올 시즌 막판 돌아와 2026시즌 복귀를 준비하면, 미래에 언젠가 안우진-정현우 원투펀치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읽힌다. 물론 정현우는 아직 전혀 뚜껑을 열지 않아 평가하기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150km 패스트볼을 몸쪽과 바깥쪽 보더라인에 자유자재로 꽂는 고3 왼손투수는 분명 특별하다. 정현우가 1군 선발투수로 수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시간이 아주 길게 걸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이렇게 선발진의 중심부터 잡고, 조상우를 대신할 계산되는 불펜들을 좀 더 끌어모으고, 송성문과 이주형을 도울 수 있는 젊은 코어 타자들을 찾으면 5강 복귀를 넘어 그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갈 길이 멀고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적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는 시선이 읽힌다.
최근 고양야구장에서 만난 정현우는 “안우진 선배님은 국내 토종 선발 탑이라고 생각한다. 오시면 배울 점이 엄청 많을 것 같다. 같이 운동하게 되면 많이 물어보게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두 사람이 외국인 원투펀치급 위력을 보여준다면, 키움은 지금의 인내를 보상 받을 수 있다.
정현우는 “고등학교에선 포크볼이 주무기였는데, 프로에선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니까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한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던진다. 프로에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쓸 수 있을 만큼 더 연구하고 싶다. 포크볼을 던져서 체인지업을 안 던지는데, 앞으로 야구하면서 포크볼을 체인지업으로 바꿀 생각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이 역시 고졸 신인답지 않은 성숙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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