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꿈을 꾸며 대학 생활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학창 시절 미술을 배우며 자신의 길을 찾았고,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해 창의성을 기르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한때 안정된 직업군으로 여겨졌던 ‘디자이너’.
갑자기 AI 기술이 고도화되며, 이들이 미래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영상 제작업체들이 그림 AI를 통해 직접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이미 디자이너의 역할은 위협받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경남정보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김은진 교수는 인간 디자이너만이 AI를 넘어설 방법을 제시했다. 그 방법은 AI와 사람의 차이에서 온다고 말했다.
“AI는 의도가 없습니다.”
강의는 김 교수의 선언으로 시작되었다. 김 교수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지언정, 그 결과물에는 철학적 메시지나 인간적인 의미가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사전적 정의에서 보이듯 ‘의도가 담긴 계획’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디자인이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닌,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창작물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물에 불과하기에,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감정적 깊이를 담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우리 주변에서 디자인되지 않은 것을 찾아보라”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 학생이 “교실 밖의 나무는 디자인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하자, 김 교수는 “그 나무조차 조경 전문가가 계획하여 심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연처럼 보이는 조형물마저 인간의 의도가 개입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는 “디자인은 계획이자 의도가 담긴 활동”이라며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적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디자인을 생산만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감정적 경험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경험되어야 완성됩니다.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진정한 디자인이 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AI가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어도, 그 이미지가 감정을 교류하며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인간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소비의 주체인 인간만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기를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인 ‘제19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의 수상 과정에 대해 언급하며 인간 디자이너의 창의적 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보리’를 주제로 한 도예 작품을 통해 황토를 다루고 가마에서 구워내는 과정에 의도를 부여했던 김 교수는, 디자인이 단순히 ‘형상화’ 작업이 아닌, 인간의 철학을 담는 과정임을 말했다.
아울러 “AI는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AI가 데이터 분석과 빠른 이미지 생성이라는 장점을 가졌지만, 인간의 직관적 사고와 감정적 통찰력은 따라잡을 수 없는 요소임을 강조했다. AI는 문제 해결에 있어 효율성을 갖추었지만, 인간은 문제가 없는 상황,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 교수는 “디자이너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 사고를 가질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호기심은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이 필요하며, 특히 AI와 협업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 창의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공부하는 디자인은 단순한 학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 사회를 이끌 중요한 열쇠입니다. AI와 함께 발전하는 이 시대에서 여러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교수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디자인과 AI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받으며, 디자인의 본질과 인간의 창의적 사고가 AI 시대에도 인간 디자이너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설파하며 강의를 마쳤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퍼블릭뉴스와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간 협약으로 고려대 미디어학부 이광석 대학생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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