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출석요구일이 오는 25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쪽이 ‘현직 대통령 신분’을 강조하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유만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쪽 석동현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의 신분”이라며 “이걸 수사관한테 밀폐된 공간에서 아주 제한된 상황에서…정말 비상계엄이 주된 수사 사항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의 난맥 상황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과연 수사기관이 그런 준비가 돼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전히 현직 대통령이라 점을 강변하면서, 자신을 내란 혐의로 수사할 정도로 수사기관이 준비돼 있느냐는 취지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대통령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돼 지위를 상실한 뒤에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기 전, 즉 대통령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실제 윤 대통령 쪽은 공수처의 1차 출석요구에 이어 2차 출석요구에 대해서도 ‘수취거부’로 대응하고 있다.
석 변호사는 이날도 거듭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심판 관련 서류도 일절 수령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비상계엄뿐만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까지 야당의 태클로 대통령 공약 사항이 하나도 입법되지 않고 공직자들에 대해 탄핵이 남발되는 부분들을 총체적으로 변호인들과 정리한 다음에 (대응)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수사 방식을 문제 삼으려면 송달된 서류를 먼저 수령하고 절차에 맞게 수사기관과 협의를 해나가는 게 우선”이라며 “(수사기관·헌법재판소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언론만을 통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는 건 현직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특권 의식을 내려놓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2·3 내란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오는 26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된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계엄 해제 표결 연기를 요청하거나 비상 의원총회를 당사로 소집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한겨레 정혜민 기자, 배지현 기자, 이지혜 기자 /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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