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오는 26일 ‘여야정 협의체(협의체)’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날 출범하는 협의체는 첫 회의만 양당 대표가 참석하고, 실질적 운영은 원내대표가 담당한다.
하지만 협의체를 통해 국정 혼란이 수습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권한 행사 범위’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의제에 대해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한덕수 공방’에 ‘의제 신경전’까지… 협의체 ‘과제 산적’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협의체 출범에 합의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는 처음 회의할 때 양당 대표가 참여하고 다음부터는 원내대표가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얘기했다”며 “첫 번째 협의체 (회의) 날짜는 26일”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의체 참석자에 대해 “여야 당 대표, 우 의장, 한 권한대행 정도 참석할 것 같다”며 “오늘과 내일 준비를 하고 실무 협의를 해서 조정한 후 26일 (협의체를) 열겠다는 것이 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의체를 통해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여야가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의체 의제를 둘러싸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면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해서도 국회 통과 후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요구안 모두 반대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대통령) 직무 정지 중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라고 재차 주장했고, 전날(22일) 기자간담회에선 내란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명백함에도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게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양당이 우선 협의 대상으로 상정할 의제에도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국방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의 임명 논의를,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를 우선 협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방·행안부 장관을 먼저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관련 (부처) 차관들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권한대행이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추경 논의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추경 논의를 최우선 의제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올려야 하는 안건은) 추경”이라고 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추경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에 대해 “현재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내년 1월 1일부터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19일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명칭을 두고도 여야의 입장차는 확연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이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야정 협의체’ 수준으로 축소하려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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