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spray가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법. 마흔일곱 번째 #홈터뷰.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소소하게 음악 하면서 사는 DJ 스프레이(@mindspray)입니다. 제가 사는 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네요. 편하게 봐주세요!
클럽이 아닌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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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게 된 건 아카이빙 목적이 컸어요. 제가 디깅해서 즐기는 음악들을 레코드로 플레이하면서, 어렸을 때 자주 듣던 외국 로컬 디제이의 라디오 같은 느낌처럼 풀어내 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DJ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면 클럽에서 음악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인식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부분도 깨보고 싶었죠.
대부분의 DJ가 그렇겠지만, 역시 음악 듣는 걸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장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앨범들을 찾아듣곤 해요. 진짜 좋아하는 음악들은 클럽에서 플레이하기엔 핏이 맞지 않는 튠들이 대부분이라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기록하고 싶었어요.
강아지와 집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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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제일 행복감을 느끼는 공간이잖아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곳인 동시에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모아둔 거대한 보물 상자 같은. 저는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일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만들며 시간을 보내요.
옛 용산 미군기지가 내다보이는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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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결혼하면서 아내와 같이 살게 된 곳이에요. 거실 창밖으로 옛 용산미군기지 자리가 탁 트여 보이는 게 좋아서 계약했어요. 이사 온 지 5년 차인데도 이 뷰는 지루해지지를 않네요. 제 작업실은 작은방을 활용하거나 별도로 외부 공간에 만들려고 했는데, 거실을 쓰라는 아내의 배려 덕분에 통째로 쓰고 있네요.
창밖으로 기차나 지하철이 자주 오가기 때문에 방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아요. 층고도 꽤 높게 지어진 편이고요. 작업할 맛이 나는 집이죠. 반려견과 늘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아침에 눈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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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멍 때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바로 음악을 틀러 거실로 나가요. 조금은 강박적인 부분도 있어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고, 많이 피곤하거나 좀 쉬고 싶을 때도 음악을 듣다 보면 새로운 게 생각나기도 하거든요. 결국은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아 아침부터 음악을 듣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에 작업하는 올빼미형이었는데, 작년부터 패턴을 바꿨어요.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긍정적인 바이브를 주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일이 많더라도 밤 12시 전에는 자려고 노력합니다. 와이프와 조깅하고 샤워한 뒤 하루를 시작하는 지금의 삶이 훨씬 좋아요.
매주 늘어나는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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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LP가 몇 장인지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정확하게 체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항상 도전해보려고 하지만 거의 매주 한두 장씩 추가되거든요. 세는 게 크게 의미가 없어요. (웃음)
가격을 떠나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앨범도 많아 컬렉팅은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요.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아티스트들의 작품, 70~80년대 발매된 희소한 앨범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요. 빈티지 가구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비 정보 모음.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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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댓글로 제가 사용하는 장비들에 관해 질문을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턴테이블은 테크닉스의 mk5 모델 4개를 사용 중이에요. 두 개는 디제이 시작하면서 제가 구매한 것이고, 나머지 두 개는 와이프가 소장하고 있던 건데 제가 쓰고 있어요. 출시한 지 20년이 넘은 모델인데도 여전히 짱짱한 걸 보면 최고의 제품이 아닌가 싶네요.
턴테이블 바늘은 SHURE M44-7 카트리지, 테크닉스 헤드쉘 조합에 nagaoka 바늘을 물려서 사용 중입니다. 디제이 믹서는 pioneer의 S11과 S9 모델을 사용 중이고 두 개다 디제이 코리아에서 보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웃음)
스피커 정보도 공유해 볼게요. 레코드를 듣거나 디제이 연습할 땐 JBL L112 빈티지 스피커에 Marantz 2325 빈티지 앰프를 조합해서 사용 중이고요. 헤드폰은 여러 개를 혼용해서 쓰는 편인데 요즘은 Aiaiai에서 보내주신 DJ XE 모델과 TMA-2 Studio wireless+ 모델을 쓰고 있어요. 디제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젠하이저 HD 25 모델도 서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2월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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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제일 자주 트는 앨범들은 재즈와 남미 음악 계열이에요. 명반이 너무 많은데 하나만 꼽아본다면, 오늘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틀었던 아트 파머의 〈Gentle Eyes〉를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추천 트랙은 Side 1에서 2﹒3번 트랙, Side 2에서는 2번 트랙이요.
재즈는 오리지널 프레싱으로 들으면 훨씬 더 감동적이에요. 앨범이 발매된 그 해에 제작된 레코드를 손으로 직접 꺼내 들으면 파도가 제 쪽으로 잔잔하게 밀려오는 것 같아요.
친구가 그려준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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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친한 친구이자 아티스트인 임소현(@sohyunlim)이 그려준 거예요. 사실 완성된 그림은 아닌데, 제가 너무 마음에 들어 빨리 가져오고 싶은 마음에 데려왔어요. 집에 있는 모든 그림을 통틀어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올 한해 우리 집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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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반려견 레이가 많이 아파서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어요. 그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평소처럼 저를 뻐끔뻐끔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꿈같더라고요.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즐기는 게 행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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