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미국 방산 기술업체와 인공지능(AI) 업체, 자율드론 업체, 우주 항공업체 등 기술 기업들이 8천5백억달러(1천234조원)의 미 국방 예산에서 한 몫을 챙기려고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
미국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Palantir)와 자율드론 제조업체 안두릴(Anduril) 등 대표적인 국방 기술기업이 기존의 전통적인 주요 방산업체의 과점을 무너뜨리려 빅테크를 포함한 12개 기술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 1월 계약 체결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복수의 컨소시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방산기업 스페이스X와 챗GPT 개발사 오픈AI, 자율선박 제조업체 새로닉(Saronic),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 등이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가 맺고 있는 방위사업 계약은 스텔스 전투기 F-35 제조업체 록히드 마틴과 대공미사일 방어체계 제조업체 레이시온, 항공기 제작사 보잉 등 전통적인 방산업체들이 과점해 오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이 막대한 예산을 겨냥해 경쟁 기술업체와도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방위산업체가 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처리를 제공하는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이달 중 안두릴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래티스’를 활용해 국가 안보 목적의 AI를 제공한다.
또 안두릴은 자사의 드론 방어 시스템을 오픈AI의 고급 AI 모델과 결합해 ‘공중 공격’과 관련한 미국 정부 계약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안두릴과 오픈AI는 이 제휴에 대해 “미국 국방부와 정보 커뮤니티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AI 기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방산 기술 스타트업들은 올해 기록적인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새 정부에서 국가 안보, 이민, 우주 탐사 등에 대한 연방 정부 지출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이 스타트업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미국·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군사용 첨단 AI 제품 개발 업체에 대한 정부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팔란티어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세 배 넘게 올라 시가총액(1천690억달러)이 록히드 마틴을 넘어섰다.
2017년에 설립된 안두릴도 올해 14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페이스X는 이번 달에 3천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최대 민간 스타트업 자리에 올랐고, 2015년에 설립한 오픈AI는 1천570억달러 가치로 고속성장했다.
스페이스X나 팔란티어는 20년 전부터 정부 방위사업 계약을 따낸 바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국방예산 입찰 참여가 처음이다.
오픈AI는 올해 서비스 약관을 업데이트하며 AI 도구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조항을 삭제했다.
미국의 방위산업 조달 계약은 느리고 반경쟁적이라는 비판을 오랜 기간 받아 왔다. 록히드 마틴, 보잉과 같은 거대기업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설계 및 제조에 수년이 걸리는 함선, 탱크 및 항공기를 생산한다.
컨소시엄 구성 참여 업체 관계자는 “실리콘 밸리의 급성장하는 방위 산업이 현대의 전쟁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더 작고 저렴하며 자율적인 무기 생산을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복합체’라 불리는 미국의 전통적 방산기업이 대량 살상 무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몸집을 키우는 것이 지구촌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이유란 비판을 받아 왔다.
한데 생성AI가 이따금 보이는 ‘환각(hallucination)’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때에 전장에서 AI가 조종하는 자율드론이 ‘사람 군인’을 공격하는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천문학적 예산을 따내 ‘싸고 정확한 킬러 로봇’을 양산하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기술적 진보’라 부르며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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