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희는 적당히 억제하고 조절, 생략하는 페인팅 능력을 지녔다. 이에 상대적으로 상상적인 시각의 자유로움을 얻어낸다.
곽영희 작가가 서로 다른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보인 ‘그려내고 닦고 지우기’의 노력은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자연을 주제로 한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시리즈의 일부로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의 생동감이 드러나 있으며,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어 관객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마치 열려있고 완결되지 않은 그것처럼 모호하고 신비롭다. 넓게 칠하거나 색 덩어리를 바르고, 뿌리고, 긁고, 밀어낸 다양한 질감은 켜켜이 쌓이며 캔버스 안의 보이지 않는 공간을 보여 낸다. 곽영희가 영위하는 많은 터치는 축적되고 진화된다. 그는 자연 안에 흐르는 역동성과 거침없이 그 흐름을 따르는 인상이다. 자연과 다채로운 사물 위에 율동적인 행위를 더하여 변화된 질감과 제스처를 만들어내며 물리적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그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판단을 담는다. 이는 재료와 긴밀하고 신랄한 대화를 내포하는 흔적 간의 유기적 관계로 형성된다. 곽영희 회화에서 화폭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잠재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몸짓은 특정한 형태와 색상, 질감의 구별 없이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에 따라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을 그린 흔적이 남아 켜켜이 다채로운 색 면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여기서 작가의 행동은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형태 각각이 완성이 이르렀다고 느낄 때까지 시간을 소진한다. 끊임없이 번복, 변화하는 가속 상황에서 자각의 형태, 기호, 색감이 우러나 그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판단만 남는다.
곽영희가 보인 절제는 세련된 미적 감각의 구사다. 적당히 억제하고 생략함으로써 반면에 상대적으로 상상적인 시각의 자유로움이 숨어있다. 그의 자유스러운 붓 터치와 자율성은 오묘하고 편한 감성이다. 드로잉에 의한 자유로운 표현들은 감각적이고 동시에 지적이다. 자연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색채를 사용하여 평면적인 장식성의 요소를 환원시켜 자연의 이미지를 최소한 단순화시킴으로써 원시적 생명감으로의 자연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낸 단순성과 평면성, 장식성, 추상성은 자연의 이미지를 그만의 독자적인 표현 기법으로 연출함으로써 예술적 차원으로 끄집어낸다.
주제로 내세운 ‘자연’, ‘여행’, ‘일기’는 곽영희 작가가 단지 물성을 조형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나 관심 대상은 아니다. 물성 그 자체라기 보다는 자유로운 정신을 담아내고,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조형성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근본 생각이다. 다만 그의 추상은 여정을 통해 이루어 낸 경험한 시간이자 공간의 추억을 시각적인 언어로 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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