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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인사이트] 주거 지원금 높였더니 쪽방 월세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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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뉴스1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뉴스1

서울에서 형편이 가장 어려운 계층이 주로 살고 있는 ‘쪽방’ 월세는 최근 5년간 13%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의 월세 상승률은 2%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쪽방 주민들은 “정부가 월 최고 34만원까지 주거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 효과는 거의 없고 쪽방 월세만 올라 결국 집 주인들만 혜택을 입는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쪽방 월세 5년 간 13.2% 올라… 연립 월세 상승률의 7.7배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서울에는 돈의동·창신동·남대문·서울역·영등포 등 5개 쪽방촌에 3253개의 쪽방이 있다. 쪽방 거주자 97%는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고 있다. 평균 월세는 26만6000원이다. 창신동이 25만2000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남대문이 27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쪽방촌 5곳의 평균 월세는 2019년에는 23만5000원이었다. 2020년에는 24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3.8%(9000원) 올랐다. 이후에도 매해 올라, 작년 평균 월세는 26만6000원이다. 전년보다 4.3%(1만1000원) 인상됐다. 5년 간 상승률은 13.2%다.

그런데 이들보다 경제적 여건이 나은 사람들이 사는 일반 주택 월세는 큰 변동이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월세 상승률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가장 높았던 해가 2021년의 1.19%다. 작년에는 0.33% 떨어지기도 했다. 5년 간 월세 상승률은 1.7%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주거급여 오르는 만큼 쪽방 월세도 올라… 악용 우려”

쪽방 월세가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 요인으로 복지 제도인 주거급여가 지목되고 있다. 주거급여는 지난 2000년부터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쪽방 주민들은 대부분 자신의 돈이 아닌 정부가 주는 주거급여로 월세를 낸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주거급여 상한선인 ‘기준임대료’를 정해 고시한다. 기준임대료가 30만원이라면 쪽방 월세가 28만원이든 29만원이든 정부가 임대료를 전액 지원해주는 셈이다.

쪽방촌에서는 “주거급여가 월세를 부당하게 높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역 앞 쪽방촌 주민 활동 단체 ‘동자동사랑방’의 윤용주 공동대표는 “집주인이 주거급여가 인상되는 만큼 월세를 올린다”고 했다. 쪽방 월세가 시장에서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급여 상승분에 따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1인 가구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는 2019년 23만3000원이었는데, 그해 서울의 쪽방 평균 월세는 23만5000원으로 비슷했다. 이후로도 쪽방 월세와 주거급여는 비슷한 추세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은 2022년 연구보고서에서 “건물 소유자들이 주거급여를 악용해 쪽방 주민들에게 월세를 최대한 받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공공이 쪽방촌 환경 개선해 싸게 임대해야”

서울시는 ‘저렴쪽방’ 사업을 2013년부터 실시해왔다. 기존 쪽방 100여 호를 쪽방상담소가 빌려 내부를 수리한 후 낮은 임대료로 주민들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쪽방 월세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저렴쪽방 사업은 올해 4월 종료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월세가 급등해 문제가 됐는데, 2015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편된 뒤 주거급여가 많이 올랐다”며 “최근에는 주거급여로 월세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주거급여 기준임대료(33만원)가 쪽방 평균 월세(26만6000원)보다 6만4000원 높았다. 그 뒤로 쪽방 월세가 급등했다고 한다. 윤용주 대표는 “저렴쪽방 사업이 끝난 뒤 집주인들이 월세를 33만원까지 올렸다”며 “(주거급여를 올리는 것은) 쪽방을 소유한 건물주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쪽방이 3253호 있으므로 주거급여가 1만원 올라 월세가 1만원 오르면 쪽방 건물주들이 걷는 월세 총 수입은 월 3253만원, 연간 3억900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도 부작용 방지를 위한 마땅한 장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등포 쪽방촌 정비 사업처럼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영등포구,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단지로 재개발한 뒤 공공이 보유하게 된 새 임대주택에 기존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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