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는 부담감이 진짜 클 거야, 너는 안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11일 체육기자의 밤 시상식을 앞두고 “(김)도영이에게 내년에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유지만 하라고 했다. 더 잘 하려고 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비슷한 의미로 최근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에서도 “내년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유지”라고 했다.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다. 김도영이 올 시즌 성적을 내년에도 유지하면 MVP 2연패가 가능하다. KIA가 내년에도 성적 유지를 하면 통합 2연패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말이라도 ‘MVP, 우승, 2연패’라고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괜한 부담을 주기 싫어서다.
그런데 좀 더 노골적으로 언급한 선수가 나왔다. 최근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김도영과 ‘소고기 식사 토크’를 한 김선빈이다. 김선빈은 김도영이 내년에 무조건 부담을 갖고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사람은 오로지 김도영이라고 했다.
이 영상에서 김선빈은 김도영에게 “내년에 진짜 너는 부담감이 클 거야. 진짜. 왜냐하면 올해 너무나 큰 성적을 남겼기 때문에. 너는 안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스스로 부담감이 생길 거야. 진짜 그걸 잘 이겨내야 한다. 그거 못 이겨내면 다시 이렇게(성적 하락을 손짓으로 표현) 가는 거지”라고 했다.
최초 4월 10-10, 전반기 20-20,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30, 최소타석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3-30-30-100-100, 한 시즌 최다득점. 이걸 한 사람이 한 시즌에 모두 해낸 건 기적이었다. 천하의 김도영이라고 해도 이걸 내년에 그대로 재현하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아니,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김도영의 내년 퍼포먼스는 올해보다 살짝 보정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올해보다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야구는 멘탈게임이다. 작년에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은 작년만큼, 혹은 그 이상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부담이 생기고, 부담이 스트레스가 되고, 경기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이범호 감독과 김선빈의 얘기는 결국 같은 맥락이다. 단지 김선빈이 좀 더 현실적으로 짚었을 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 이상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선빈은 김도영에게 “그걸 이겨내냐 못 이겨내냐는 너한테 달려있지. 주위에서 아무리 도와줘 봤자 그게 귀에 들어오겠냐. 안 들어오지. 네가 이겨내야 돼. 뭐 (박)찬호나 (최)원준이가 도와주겠지. 그래도 네가 이겨내야 돼. 부담이 더 생길 것 같다”라고 했다.
김선빈의 말을 경청하던 김도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도영이 내년에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부담을 잘 컨트롤해서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스타에서 슈퍼스타로 가는 길을 닦는다고 봐야 한다.
김선빈은 김도영에게 슬쩍 출구전략도 줬다. 2017시즌 타율 0.370으로 타격왕에 오른 뒤 2018시즌을 치르는 자세였다. 김선빈은 “부담감보다, 어차피 이건 두 번 다시 못 나올 성적이다. 그냥 별 신경을 안 쓰고 한 것 같다”라고 했다. 김선빈은 2018시즌 타율 0.295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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