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저희는 잘 수가 없어요. 쉬지도 않고 날아가는 비행기 때문에 죽을 맛이에요.”
22일 새벽 1시쯤,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5리.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은 잠을 깨웠다. 소리의 정체는 7㎞ 정도 떨어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였다.
약 5분마다 들려오는 항공기 소리는 고요한 섬의 적막을 깨트렸다. 낯선 비행기 소음에 기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공항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장봉도 550여가구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모두가 항공기 소음을 듣지만, 비행기와 얼마나 가깝냐로 소음 강도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지원 여부도 갈린다.
공항소음방지법에 따라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된 장봉1리 일부 가구와 ‘소음대책 인근지역’으로 지정된 장봉3리 일부 가구를 제외한 장봉도 주민들은 방음·냉방시설 설치와 전기료 지원 등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다.
소음대책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1㎞밖에 안 떨어져있지만, 공항소음방지법 엘디이엔 데시벨(LdendB) 기준치에 들지 못해 피해지역에서 제외된 것이다. 61 LdendB이 넘어가면 ‘소음대책지역’으로 선정된다.
굳게 닫힌 창문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항공기 소음은 주민들의 생계마저 어렵게 만든다.
장봉5리에 거주하는 김순호(63)씨는 “인천공항 제4 활주로가 생긴 뒤로는 장봉1리 해안가 주민뿐 아니라 장봉도 전체가 소음에 시달리고 편하게 잠도 못 잔다”며 “소음 스트레스가 쌓이니 병원이라도 쉽게 다니고 싶은데 바람만 불면 배가 안 뜨니까 그조차도 쉽지 않다. 옆 섬들처럼 다리라도 놔주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장봉5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74)씨는 사실상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펜션을 둘러싸고 양쪽으로 이·착륙 비행기가 1분마다 다니며 소음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조용한 바다 마을을 기대하고 왔을 손님들이 머리 위로 다니는 비행기 소음에 환불을 요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2년 넘게 관련 보상을 요구했지만 해결되는 게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장봉도항공기소음대책위원회는 소음대책지역 선정과 함께 피해보상 차원에서 장봉도~모도 연도교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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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지난해 옹진군과 인천시에 요구해 자체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조영철 대책위 부위원장은 “사실상 장봉도 전역으로 항공기가 지나갈 수밖에 없다면 그에 맞는 피해 보상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인천공항공사는 연도교 건설에 대한 보상 협의를 하지 않고 있어서 대책위는 계속해서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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